고속도로 지하화 자문단에 정신과 의사가 위촉된 까닭은?

황재성기자

입력 2023-02-27 14:19 수정 2023-02-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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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드는 차량들로 정체된 경부고속도로 반포 IC 일대. 국토교통부는 상습정체구간인 경부 경인고속도로 등의 지하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대규모 자문단을 구성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동아일보 DB

정부가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경부 경인고속도로 문제 해결을 위해 지하화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하고, 관계기관 실무협의체를 구성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지하도로 건설에 필요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포함된 대규모 자문단을 구성했다.

특히 자문단에는 도로 건설 전문가 이외에 방재와 소방, 심리 분야 전문가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국토교통부는 27일(오늘) 이런 내용으로 ‘대심도 지하고속도로 추진 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 경부고속도 지하화 위한 대규모 자문단 구성
자문위원회는 지하고속도로 계획과 설계, 시공 등 사업 추진 전반에 관한 사항에 대해 검토하고 의견을 제출하게 된다. 단순히 터널과 도로 시공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지하고속도로 운영에 관한 사항과 안정성 강화방안, 지하고속도로 설계지침 등에 대해서도 자문역할을 맡는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관련 분야의 학회나 전문기관 추천을 받은 6개 분야, 42명의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분야별 전문가는 ▲지반 9명 ▲터널 9명 ▲도로·교통 6명 ▲방재 7명 ▲소방 6명 ▲심리·정신 5명 등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일반적인 도로 교량 지하터널 공사 등에 필요한 토목기술 전문가 이외에 방재와 소방, 심리·정신 전문가가 18명(42.9%)이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이종헌 지하고속도로팀장은 이에 대해 “경부·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지하 50m 이하 깊이에 길이 20km가 넘는, 이른바 ‘대심도 장대터널’을 건설 운영해야 하는 프로젝트”라며 “처음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기존에 지어진 지하도로보다는 훨씬 강화된 안전기준과 운영방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즉 강화된 방재와 소방시설 기준이 필요하고, 장거리 지하고속도로 이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운전자의 심리적인 불안요인 등을 고려한 운영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 대심도 지하고속도로 이용자 심리 고려한 운영방안 마련
특히 심리학과 교수나 정신과 의사 등은 운전자가 20km가 넘는 장거리 지하고속도로를 주행하다 겪을 수 있는 폐쇄공포나 공황장애 발생 우려를 최소화할 시설물이나 조명 설치 방안 등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국토부가 지난해 11월 만든 ‘지하도로 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초장대 지하도로의 장시간 주행에 따른 운전자의 주의력 저하나 졸음이 예상되는 구간에서 운전자의 주의력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조명과 벽면 디자인을 설치해야 한다. 실제로 지하도로에서 경관조명은 일정 구간마다 다양한 색깔의 조명을 설치하는 경우가 적잖다.

또 직선길이가 길면 운전자가 단조롭게 느껴 주의력 감소나 졸음운전, 과속 등과 같은 안전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직선구간을 가급적 2km 이내로 줄여야 한다. 실제로 현재 국내 최장 도로터널인 인제~양양 터널(총길이·10.1km)의 경우 졸음도 분석을 통해 전체 구간을 완만한 곡선구간으로 설계했다.


● 경부고속도로 등 대심도 장대 고속도로 사업 본격화
이번 조치로 정부가 추진하는 경인 경부고속도로 등의 지하화 사업은 더욱 속도를 붙이게 됐다. 정부가 수시로 분야별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면서 지하도로 설계지침 개정안 등에 반영하고, 사업일정을 조율해나갈 방침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약칭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으로 불리는 ‘경부고속도로 용인~서울 구간 지하화’는 정부가 3조 8000억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 기흥IC(나들목)에서 서울 서초구 양재IC까지 26.1㎞ 구간에 4~6차로 규모의 지하차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2027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데, 지난달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에는 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 한국도로공사 등의 실무자들로 협의체도 꾸려졌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인천 서구 남청라 나들목(IC)부터 서인천 IC를 거쳐 서울 양천구 신월 IC까지 구간(약 20km)에 4~6차로 넓이의 지하터널 2개를 뚫는 프로젝트이다. 총사업비로 2조 41억 원이 책정됐다. 지난해 5월부터 KDI의 예타를 밟고 있는데, 늦어도 올 상반기에 결과가 나온다. 2034년 개통 목표로 2027년 상반기에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 퇴계원~판교 구간 지하화는 약 32km 구간에 4조여 억 원을 투입해 지하 고속도로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2027년 설계 착수를 목표로 현재 예타를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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