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의 다른 경제]청년일자리 막는 ‘3敵’ 누군가
홍수용 논설위원
입력 2017-02-15 03:00 수정 2017-02-15 03:00
관료 시절 “청년 창업”을 입에 달고 살았던 A 씨는 2012년 퇴직 후 2년 취업제한(지금은 3년) 기간을 서울 도심의 공짜 사무실에서 소일했다. 족쇄가 풀리자마자 민간기업 임원으로 재취업해 지금 은행장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 A 씨에게 줄을 선 공무원 후배들은 이 민간기업에 보이지 않는 특혜를 주고 있다. 이런 공생관계로 얽힌 기득권집단이 청년의 도전정신을 강조해왔다. 일자리정책이 겉돌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노조라고 진보는 아니다
그림으로 그리면 3층짜리 피라미드다. 맨 꼭대기에 관료, 정치인, 대기업노조의 3개 기득권층이 몰려 있다. 2층에는 기업과 은행이 있고, 1층에 신분 상승을 노리는 청년구직자가 장기 체류 중이다. 2층과 3층 사이 천장은 평소 닫혀 있다가 낙하산이 내려올 때만 열린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된 사다리는 미끄럽고 흔들거리니 믿을 게 못 된다.
3층 권력집단이 점점 무거워져 맨 아래층을 짓누르는 것이 이 피라미드의 약점이다. 관료는 노동개혁을 강조하지만 자기만은 예외다. 혈세로 유학하고 고위직에서 권력을 누리다 평균 54세에 은퇴한 뒤 민간에 재취업해 공무원 연봉의 2배를 받다가 63세에 최종 은퇴한다. 신분 보장과 공무원연금이 이 직업의 장점이지만 이들이 진짜로 지키려는 철밥통은 전관예우다.
자녀들은 해외 유학파거나 국내 명문대 출신이고 부모의 과점적 정보력 덕분에 취업 걱정이 없다. 일자리정책이 주로 지원금과 수당 같은 시혜성인 것은 정책 입안자들이 일반 청년들의 고통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가로 가는 고달픈 여정을 같이하기보다는 고기를 던져주는 것으로 끝내고 싶어 한다.
정치인은 ‘공무원 수를 늘려주겠다’ ‘중소기업 임금을 올려주겠다’며 확성기를 틀어대지만 1층까지 잘 들리지 않는다. 2층의 민간기업만 층간 소음에 시달린다. 이명박 정부는 독일의 강소기업 모델을 본떠 한국판 ‘히든 챔피언’ 기업을 키우겠다고 선전했지만 소득이 없다. 은행들은 돈 떼일 염려 없는 중소기업에 히든 챔피언이라는 간판을 붙여놓고 지원 실적을 쌓았다.
3층 세상의 최대 마피아는 대기업노조다. 한국GM 노조는 2012∼2016년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챙겼다. 2013년 부산항운 노조, 2014년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2016년 부산 시내버스 노조 등 정규직을 미끼로 한 채용장사는 뿌리가 깊고 두껍다. 대기업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진보집단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을 자기들 밑에 깔고 특권을 즐기는 수구세력이다. 수사기관이 부정 입사자를 다 솎아낼 수 없는 현실은 노조 중심의 채용장사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성실한 청년들은 영문도 모른 채 또다시 불공정한 취업경쟁에 내몰릴 것이다.
정부도 모르는 良質일자리
노동개혁이 실패한 것은 국회가 발목을 잡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3개 기득권집단이 무책임했기 때문이다. 자기 일이 아니니 노사정 대타협 같은 명분이 중요할 뿐 절박함은 없었다. 양질의 일자리를 강조하면서도 아무도 ‘양질’의 실체를 모르고 있다. 관료 중 누구도 청년들이 추구하는 흥미와 보람을 물어보지 않았다. 좌표도 없이 4년 동안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녔다. 2년 전 서울 여의도에서 ‘형님 삼촌 좋은 일자리 좀 나눠 주세요’라는 피켓을 들었던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의 김동근 씨는 “말만 많았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노조라고 진보는 아니다
그림으로 그리면 3층짜리 피라미드다. 맨 꼭대기에 관료, 정치인, 대기업노조의 3개 기득권층이 몰려 있다. 2층에는 기업과 은행이 있고, 1층에 신분 상승을 노리는 청년구직자가 장기 체류 중이다. 2층과 3층 사이 천장은 평소 닫혀 있다가 낙하산이 내려올 때만 열린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된 사다리는 미끄럽고 흔들거리니 믿을 게 못 된다.
3층 권력집단이 점점 무거워져 맨 아래층을 짓누르는 것이 이 피라미드의 약점이다. 관료는 노동개혁을 강조하지만 자기만은 예외다. 혈세로 유학하고 고위직에서 권력을 누리다 평균 54세에 은퇴한 뒤 민간에 재취업해 공무원 연봉의 2배를 받다가 63세에 최종 은퇴한다. 신분 보장과 공무원연금이 이 직업의 장점이지만 이들이 진짜로 지키려는 철밥통은 전관예우다.
자녀들은 해외 유학파거나 국내 명문대 출신이고 부모의 과점적 정보력 덕분에 취업 걱정이 없다. 일자리정책이 주로 지원금과 수당 같은 시혜성인 것은 정책 입안자들이 일반 청년들의 고통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가로 가는 고달픈 여정을 같이하기보다는 고기를 던져주는 것으로 끝내고 싶어 한다.
정치인은 ‘공무원 수를 늘려주겠다’ ‘중소기업 임금을 올려주겠다’며 확성기를 틀어대지만 1층까지 잘 들리지 않는다. 2층의 민간기업만 층간 소음에 시달린다. 이명박 정부는 독일의 강소기업 모델을 본떠 한국판 ‘히든 챔피언’ 기업을 키우겠다고 선전했지만 소득이 없다. 은행들은 돈 떼일 염려 없는 중소기업에 히든 챔피언이라는 간판을 붙여놓고 지원 실적을 쌓았다.
3층 세상의 최대 마피아는 대기업노조다. 한국GM 노조는 2012∼2016년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챙겼다. 2013년 부산항운 노조, 2014년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2016년 부산 시내버스 노조 등 정규직을 미끼로 한 채용장사는 뿌리가 깊고 두껍다. 대기업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진보집단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을 자기들 밑에 깔고 특권을 즐기는 수구세력이다. 수사기관이 부정 입사자를 다 솎아낼 수 없는 현실은 노조 중심의 채용장사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성실한 청년들은 영문도 모른 채 또다시 불공정한 취업경쟁에 내몰릴 것이다.
정부도 모르는 良質일자리
노동개혁이 실패한 것은 국회가 발목을 잡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3개 기득권집단이 무책임했기 때문이다. 자기 일이 아니니 노사정 대타협 같은 명분이 중요할 뿐 절박함은 없었다. 양질의 일자리를 강조하면서도 아무도 ‘양질’의 실체를 모르고 있다. 관료 중 누구도 청년들이 추구하는 흥미와 보람을 물어보지 않았다. 좌표도 없이 4년 동안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녔다. 2년 전 서울 여의도에서 ‘형님 삼촌 좋은 일자리 좀 나눠 주세요’라는 피켓을 들었던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의 김동근 씨는 “말만 많았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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