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거 '샤샤'의 영원한 휴식
노트펫
입력 2019-05-16 10:08 수정 2019-05-16 10:09
[노트펫] 유타주(State of Utah)는 독특한 자연과 역사 그리고 몰몬교로 유명하다. 인근 주들인 아이다호, 와이오밍과 마찬가지로 유타도 높은 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유타는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의 말로 산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유타에 가면 평지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고도에 약간 못 미치는 평균 고도 1800m 유타에서 고산증세를 느끼기도 한다.
유타주의 명문대학으로는 종교적 색채가 있는 브리검영대학(Brigham Young University)이다. 이 대학에는 빈 라이프 사이언스 뮤지엄(Bean Life Science Museum)이라는 자연사박물관이 있는데, 입장료와 주치비가 무료다.
또한 다양한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어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자연사박물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만만치 않다. 한 가족 단위로 관람할 경우, 100달러를 훌쩍 넘기기 쉽다. 그래서 이 박물관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고마운 존재다.
박물관 안내데스크를 통과하면 다양한 표본들이 전시된 공간이 나온다. 그런데 전시관의 초입에는 독특한 외모의 거대한 고양잇과동물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사자 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호랑이의 무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거대한 고양잇과동물은 사자와 호랑이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거(Liger)다. 박제라는 게 아쉽지만 라이거를 처음 본 것도 작은 행운이다.
현존 최고 포식자는 사자와 호랑이다. 곰이나 늑대가 아무리 강해도 이들의 명성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두 맹수는 사는 곳이 달라 자연에서 만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사람은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든다. 심지어 두 동물 사이에 후손까지 만들어 낸다.
사자와 호랑이는 재규어, 표범과 함께 표범속(Panthera)에 속한다. 종(species)은 다르지만 번식력이 극히 떨어지는 후손을 만들 수 있다.
수사자와 암호랑이 사이에서 태어나는 라이거, 수호랑이와 암사자 사이에서 태어나는 타이곤(Tigon)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사자와 호랑이의 후손인 라이거와 타이곤은 차이가 있다.
라이거는 외모가 호랑이보다 사자에 가깝고 체구가 거대한 반면 타이곤은 호랑이에 더 가까운 외모를 가지고 있고 부모 세대보다 왜소(矮小)하다. 비슷할 것 같은 하이브리드 동물들은 이런 차이가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라이거 샤샤(Shasta)는 1948년 5월 솔트레이크시티(Saltlake City)의 호글동물원(Hogle Zoo)에서 태어났다. 한국 나이로 치면 올해 61세나 된다.
샤샤는 동물원에서 평생 살다가 1972년 7월 만 24살의 나이로 죽게 된다. 야생 사자는 10년, 동물원의 사자는 20년 정도 사는데, 라이거 샤샤는 그들보다 더 장수(長壽)한 셈이다.
샤샤는 라이거의 수명은 짧다는 일번적인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 동물이다. 샤샤는 사후 25년이 흐른 1997년 11월 빈 라이프 사이언스 뮤지엄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지금도 박물관에서 전시되어 생전과 마찬가지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박물관측은 안내문을 통해 이곳이 샤샤의 영원한 안식처(permanent resident)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든 살아있는 동물들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통해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영면(永眠)을 한다. 이는 사자(死者)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샤샤는 그럴 권리를 가지지 못한 것 같다. 약간은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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