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사체를 먹는 토끼와 다람쥐가 있다
노트펫
입력 2019-05-09 11:06 수정 2019-05-09 11:08
[노트펫] 북극권의 동물들은 다른 곳에 사는 동물들에 비해 먹을 것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이는 동물의 생존 본능을 꺾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다소 어렵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그곳의 동물들은 주변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자신의 체내로 최대한 비축하려고 한다. 그래야지 추운 날씨를 극복하고 계속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동물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상식도 쉽게 깨버린다.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동물은 북극권에서 사는 땅다람쥐와 토끼들이다. 물론 두 동물은 기본적으로 초식동물들이다. 하지만 초식만 고집하다가는 북극권에서 지속적인 생존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언제든지 청소부동물(scavenger)로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북극권이라고 해도 여름에는 풀도 올라오고, 열매도 열린다. 이런 경우, 토끼와 땅다람쥐들은 그것을 즐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중한 에너지원를 가지고 있는 동물의 사체(carrion)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사체를 찾아서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기도 한다.
북극땅다람쥐(Artic ground squirrel)는 비단 사체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곤충도 사냥하여 먹는다. 북극땅다람쥐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사체로는 서식지가 겹치는 동물들의 것이다.
눈덧신토끼(Snowshoe hare), 북미산 순록인 카리부(Caribou), 동족인 북극땅다람쥐의 사체가 그런 것이다. 땅다람쥐의 입장에서는 이들 사체는 모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소중한 고기일 뿐이다.
북극권에 사는 눈덧신토끼는 크고 두툼한 발을 가지고 있다. 이 토끼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천적은 캐내디언 스라소니(Canadian Lynx)다.
이 스라소니는 고양잇과동물 애호가들에 의해 레어 와일드 캣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집고양 보다 2~3배 정도 되는 당당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스라소니 아종 중에서는 가장 추운 곳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내디언 스라소니는 자신의 주식인 눈덧신토끼와 외모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야생 고양이의 크고 두툼한 발은 눈이나 얼음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사냥하고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깊게 쌓인 눈에 빠지지 않는 역할도 해준다.
하지만 캐내디언 스라소니와 눈덧신토끼의 먹이사슬관계는 어느 일방이 계속 먹이 역할만 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 살아있는 스라소니는 먹잇감인 눈덧신토끼를 사냥하여 배를 채운다.
하지만 죽어서는 그 상황이 역전된다. 눈덧신토끼의 예민한 감각기관은 다른 사체와 마찬가지로 스라소니의 사체도 놓치지 않고 발견한다.
이렇게 발견된 스라소니의 사체는 토끼의 뱃속으로 들어가서 소중한 에너지원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스라소니는 살아서는 눈덧신토끼의 천적이었지만 죽어서는 먹잇감의 먹이 신세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북극권에서는 에너지원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한다. 일종의 무한순환(無限循環)인 셈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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