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집고양이의 돌고도는 운명
노트펫
입력 2019-03-25 11:08 수정 2019-03-25 11:10
[노트펫] 길고양이와 집고양이는 유전적으로 같다. 생물학적으로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둘 사이의 구분은 고양이가 사람과의 동거 여부에 달려있다. 그래서 길에서 살면 길고양이가 되고, 사람과 살면 집고양이가 된다. 여기에는 고양이의 순종 여부도 관련이 없다. 최근 길고양이 중에서도 순종 고양이가 제법 보이는 데 그들도 냉정하게 말하면 길고양이일 뿐이다.
그런데 길고양이와 집고양이의 운명은 영구적이지는 않다. 현재는 길고양이지만 얼마 후 집고양이가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들이 모두 길고양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길고양이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고양이로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집고양이를 어미로 둔 새끼들도 신분이 바뀔 수 있다. 집고양이로 평생 살수도 있지만 자신의 선택이나 주인의 나쁜 의지로 길고양이 신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고양이, 집고양이라는 고양이의 신분이나 위치가 세습될 가능성이 물론 높지만, 변경될 수도 있다.
어릴 때 집에서 키우던 나비는 그 어미가 집고양이가 아니었다. 길에서 살던 나비의 어미는 출산을 앞두고 평소 자신에게 기꺼이 먹이와 물을 주던 사람의 집을 찾아서 새끼를 낳았다. 그 분의 말씀으로는 나비가 태어날 당시가 한겨울이었다고 한다. 나비 어미의 선택은 새끼의 목숨과 자신의 안전에 좋은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나비가 태어난 지 2개월 후, 어미는 새끼들을 남겨두고 떠나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그 집 주변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새끼 고양이 중 한 마리는 자신이 태어난 집에 남고 나머지 고양이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웃들에게 한 마리씩 분양되었다. 이렇게 어미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들은 전원 길고양이가 아닌 집고양이의 신분으로 평생 살아가게 되었다.
2014년 1월, 아파트 상가의 어느 가게에서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주민들 사이에 화제가 된 그 사건의 주인공은 길고양이였다. 만삭의 몸으로 힘들게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던 길고양이가 특정 가게를 찾아가서 무려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려진 일이지만 그 어미 고양이는 임신했을 때부터 매일 같이 그 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맛있는 사료와 신선한 물을 가게 주인에게 요구했다. 고양이를 특히 좋아하는 주인은 길고양이가 임신한 것을 알고 그 대담한 요구에 적극 호응해주었다.
그 분은 홀몸이 아닌 고양이를 위해 슈퍼마켓에 가서 전용사료는 물론 참치 캔까지 구입했다. 길고양이는 이렇게 임신기간 동안 애묘가(愛猫家)와 교감을 나누다가 그곳에서 새끼를 낳은 것이다.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자 상점 주인은 더 바빠졌다. 라면 박스와 이불을 준비하여 길고양이 가족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 분의 정성 때문인지 어미는 낳은 새끼를 한 마리도 잃지 않고 모두 잘 키웠다. 이 길고양이도 2개월이 지나자 갑자기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어미가 돌아오지 않자 새끼 고양이들도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혼자 남은 새끼는 가게의 마스코트가 되어, 손님들의 발길을 끌게 되었다. 그 후 필자는 이사를 가서 더 이상의 이야기는 모른다. 개인적 느낌으로는 고양이나 주인이나 모두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길고양이의 새끼 한 마리는 집고양이로 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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