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정국불안에, 연초부터 먹거리 물가 ‘들썩’

이민아 기자 , 정서영 기자

입력 2025-01-20 03:00 수정 2025-0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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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음료-마요네즈 등 줄인상
1년새 배추 68%-무 90% 올라
업체들 “원재료값 상승 등 원인”
“정국 혼란 틈탄 인상” 지적도


자료: 각 사

먹거리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커피, 음료는 물론이고 마요네즈, 후추, 딸기잼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제품 가격이 잇달아 오르고 있다. 업체들은 원재료가 상승과 고환율 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 눈치를 보던 업체들이 정치 혼란을 틈타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료: 각 사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폴바셋은 23일부터 제품 28종의 가격을 평균 3.4% 올린다. 카페라떼는 5900원으로 기존 가격(5700원)보다 200원, 룽고 가격은 5300원으로 400원 인상된다. 동아제약은 3월부터 약국에서 판매하는 ‘박카스D’와 일반 대리점에 유통하는 ‘박카스F’의 공급 가격을 인상한다. 박카스D는 10.9%, 박카스F는 11.1% 올린다.

앞서 동아오츠카는 새해 들어 포카리스웨트, 나랑드사이다 등 주요 음료 제품 가격을 평균 6.3% 인상했다. 대상은 16일부터 마요네즈, 샐러드 드레싱을 포함해 각종 소스 및 후추 제품 가격을 9∼23.4% 올렸다. 오뚜기도 업소용 딸기잼 가격을 9∼10%가량 인상했다.

제품 가격 인상은 원재료가 상승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17일 기준 딸기 소매 가격은 2303원으로 전년 대비 22.7% 올랐다. 곰표, 백설 등의 밀가루 제품들은 12월 셋째 주 기준 100∼124% 올랐다. 원두 가격도 올랐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이상기후 역시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7일 기준 배추(상품 1포기)와 무(상품 1개)는 전년 대비 각각 68.0%, 90.0%씩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91.3% 올랐다. 원두 수입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에서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1월 인스턴트 커피 등 커피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올렸다.

고환율도 원재료를 수입하는 식품회사에는 직격탄이다. 환율이 1300원대에서 최고 1483원으로 급등하는 동안 수입 원재료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한 제과회사 관계자는 “기름, 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의 상승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5∼10% 증가했다”며 “지난해 12월에만 20억 원을 손해 봤다”고 설명했다.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4∼6개월 전에 비축해 놓은 원자재 물량으로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에서는 눈치를 보고 있던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정국 혼란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정부의 물가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계엄 및 탄핵 정국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32로 전년 동월(119.27) 대비 2.6%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9%보다 높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2017년 1분기(1∼3월)에는 관련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7.5% 상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에게 제출한 ‘탄핵 정국 국내 경제 및 농업부문 파급 영향’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년(2004∼2024년) 평균 상승률인 3.5%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높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고환율 등 인상 이유를 대기 쉬운 상황에서 물가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이번 기회에 (가격을) 올리자’는 식품 기업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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