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정국불안에, 연초부터 먹거리 물가 ‘들썩’
이민아 기자 , 정서영 기자
입력 2025-01-20 03:00 수정 2025-01-20 03:00
커피-음료-마요네즈 등 줄인상
1년새 배추 68%-무 90% 올라
업체들 “원재료값 상승 등 원인”
“정국 혼란 틈탄 인상” 지적도
먹거리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커피, 음료는 물론이고 마요네즈, 후추, 딸기잼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제품 가격이 잇달아 오르고 있다. 업체들은 원재료가 상승과 고환율 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 눈치를 보던 업체들이 정치 혼란을 틈타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동아오츠카는 새해 들어 포카리스웨트, 나랑드사이다 등 주요 음료 제품 가격을 평균 6.3% 인상했다. 대상은 16일부터 마요네즈, 샐러드 드레싱을 포함해 각종 소스 및 후추 제품 가격을 9∼23.4% 올렸다. 오뚜기도 업소용 딸기잼 가격을 9∼10%가량 인상했다.
제품 가격 인상은 원재료가 상승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17일 기준 딸기 소매 가격은 2303원으로 전년 대비 22.7% 올랐다. 곰표, 백설 등의 밀가루 제품들은 12월 셋째 주 기준 100∼124% 올랐다. 원두 가격도 올랐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이상기후 역시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7일 기준 배추(상품 1포기)와 무(상품 1개)는 전년 대비 각각 68.0%, 90.0%씩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91.3% 올랐다. 원두 수입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에서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1월 인스턴트 커피 등 커피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올렸다.
고환율도 원재료를 수입하는 식품회사에는 직격탄이다. 환율이 1300원대에서 최고 1483원으로 급등하는 동안 수입 원재료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한 제과회사 관계자는 “기름, 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의 상승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5∼10% 증가했다”며 “지난해 12월에만 20억 원을 손해 봤다”고 설명했다.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4∼6개월 전에 비축해 놓은 원자재 물량으로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에서는 눈치를 보고 있던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정국 혼란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정부의 물가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계엄 및 탄핵 정국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32로 전년 동월(119.27) 대비 2.6%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9%보다 높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2017년 1분기(1∼3월)에는 관련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7.5% 상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에게 제출한 ‘탄핵 정국 국내 경제 및 농업부문 파급 영향’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년(2004∼2024년) 평균 상승률인 3.5%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높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고환율 등 인상 이유를 대기 쉬운 상황에서 물가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이번 기회에 (가격을) 올리자’는 식품 기업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1년새 배추 68%-무 90% 올라
업체들 “원재료값 상승 등 원인”
“정국 혼란 틈탄 인상” 지적도
자료: 각 사
먹거리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커피, 음료는 물론이고 마요네즈, 후추, 딸기잼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제품 가격이 잇달아 오르고 있다. 업체들은 원재료가 상승과 고환율 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 눈치를 보던 업체들이 정치 혼란을 틈타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료: 각 사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폴바셋은 23일부터 제품 28종의 가격을 평균 3.4% 올린다. 카페라떼는 5900원으로 기존 가격(5700원)보다 200원, 룽고 가격은 5300원으로 400원 인상된다. 동아제약은 3월부터 약국에서 판매하는 ‘박카스D’와 일반 대리점에 유통하는 ‘박카스F’의 공급 가격을 인상한다. 박카스D는 10.9%, 박카스F는 11.1% 올린다.앞서 동아오츠카는 새해 들어 포카리스웨트, 나랑드사이다 등 주요 음료 제품 가격을 평균 6.3% 인상했다. 대상은 16일부터 마요네즈, 샐러드 드레싱을 포함해 각종 소스 및 후추 제품 가격을 9∼23.4% 올렸다. 오뚜기도 업소용 딸기잼 가격을 9∼10%가량 인상했다.
제품 가격 인상은 원재료가 상승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17일 기준 딸기 소매 가격은 2303원으로 전년 대비 22.7% 올랐다. 곰표, 백설 등의 밀가루 제품들은 12월 셋째 주 기준 100∼124% 올랐다. 원두 가격도 올랐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이상기후 역시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7일 기준 배추(상품 1포기)와 무(상품 1개)는 전년 대비 각각 68.0%, 90.0%씩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91.3% 올랐다. 원두 수입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에서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1월 인스턴트 커피 등 커피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올렸다.
고환율도 원재료를 수입하는 식품회사에는 직격탄이다. 환율이 1300원대에서 최고 1483원으로 급등하는 동안 수입 원재료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한 제과회사 관계자는 “기름, 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의 상승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5∼10% 증가했다”며 “지난해 12월에만 20억 원을 손해 봤다”고 설명했다.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4∼6개월 전에 비축해 놓은 원자재 물량으로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에서는 눈치를 보고 있던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정국 혼란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정부의 물가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계엄 및 탄핵 정국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32로 전년 동월(119.27) 대비 2.6%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9%보다 높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2017년 1분기(1∼3월)에는 관련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7.5% 상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에게 제출한 ‘탄핵 정국 국내 경제 및 농업부문 파급 영향’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년(2004∼2024년) 평균 상승률인 3.5%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높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고환율 등 인상 이유를 대기 쉬운 상황에서 물가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이번 기회에 (가격을) 올리자’는 식품 기업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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