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넘어 美-中 환율전쟁 확전 공포… 亞 금융시장 패닉

이동훈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5-04-10 03:00 수정 2025-04-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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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풍] 中, 美관세 공격에 위안화 절하 반격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 떨어뜨린듯… 트럼프 “환율 조작해 가격상승분 상쇄”
韓-印-베트남 화폐 가치도 급락… G2 전쟁에 원-달러 1500원 뚫을수도
日 닛케이 3.9%-대만 증시 5.8% 폭락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관세 영향으로 17개월 만에 2,300 선을 내줬으며 환율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글로벌 ‘경제핵전쟁’에 아시아 금융시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코스피는 1년 5개월 만에 2,300 선이 무너졌고, 일본과 대만 증시도 폭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표적이 됐던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 역시 줄줄이 급락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위안화 절하를 두고 ‘환율 조작’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 美 관세 발표 후 코스피 8.47% 하락

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74% 내린 2,293.70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일주일 만에 8.47%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가는 7조 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피가 2,300 선이 깨진 것은 2023년 10월 31일(2,273.97)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코스닥도 전일 대비 2.29% 내린 643.39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오름세를 보이는 등 선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인상 발효 시기(이날 오후 1시)가 다가오면서 낙폭을 키우더니 오후 한때 2% 넘게 빠지기도 했다.

미국의 104% 관세에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맞서는 등 양국의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 6%대 반등이 나왔지만 이날 3.93% 떨어지면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미중 갈등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날만 5.79% 하락했다.

아시아 주요국들이 미국 관세 인상의 최대 피해 지역으로 지목되면서 화폐가치도 급락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음에도,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인한 위험자산 회피 현상과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84.1원까지 오르면서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외 위안-달러 환율도 전날 7.42위안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관세 인상을 환율 조작으로 상쇄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의 가치를 낮춰,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품 가격 상승분을 흡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등에 따르면 베트남이나 인도 등의 화폐가치도 3일 미국 관세 인상 발표 이후 달러화 대비 1%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장기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뚫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 상승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가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을 더 높일 수 있다.


● 경기 풍향계 유가·구리 등 원자재 내리막길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급락했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16% 하락한 62.82달러로 장을 마쳤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계속되던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2.22% 하락한 59.1달러로 20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60달러를 밑돌았다.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고 글로벌 생산망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진 탓이다.

경기 변동에 민감해 ‘경기 풍향계’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뒤 급락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일까지만 해도 t당 9646달러였던 구리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계획을 발표한 뒤 연일 하락해 8일(8760달러)까지 9.2%나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수요가 위축된 탓에 니켈(―9.7%), 알루미늄(―4.6%), 아연(―5.8%) 등 다른 산업용 광물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며 “글로벌 평균 23%의 관세가 부과됐는데, 역사상 가장 큰 무역 충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넘어설 수 있고, 국내 증시 역시 외국인 이탈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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