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몽구 父子, 세금 ‘1조 원’ 내는 이유… 그룹 성장·이미지 제고 전략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8-03-29 18:31 수정 2018-03-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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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28일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해 선진화된 출자구조 구축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대규모 세금을 내기로 했다. 납부할 필요가 없는 세금을 내 사회적 지지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은 현대차그룹 대주주가 순환출자고리 실타래를 풀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분할합병으로 사업구조 개편이 완료되더라도 기존 4개의 순환출자고리는 유지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오는 7월 말 이후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시점에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 중인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조치다. 주식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대주주가 합병 후 현대글로비스 주식 처분 등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처분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전례가 없는 규모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양도세 규모가 해당 시점의 주식 가격과 매각 주식수에 따라 다르게 계산되지만 최소 1조 원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향 조정된 대주주 양도세율도 반영됐다. 과세표준이 3억 원 이상인 경우 기존엔 주식 매각 양도세율이 22%였지만 올해는 주민세를 포함해 27.5%로 늘었다.

투자 및 증권업계는 최근까지 출자구조 재편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일부 계열사 투자 부분만 따로 떼 지주회사를 만들고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해 그룹 전체 경영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다.

이 경우 대주주가 바로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돼 대주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경영권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주주가 지주사에 현물출자를 하면서 발생하는 양도차익 금액에 대해서는 해당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 과세를 이연해 주며 관련 규정은 올해 안에 일몰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주주가 세금 한 푼 안내고 회사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비판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현물출자 방식을 취해 주주들과 시장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재편 과정은 대주주가 지분거래에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한다는 점이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다. 현대차그룹이 현물출자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 구상을 접고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 체제로 구조 개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현대차 측은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시장에서 예측했던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경우 대주주가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지주회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향후 필요한 대규모 M&A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해 지주사 체제 개편을 시행하지 않았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해당 체제 내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타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인수하려는 기업 규모가 크면 클 수록 한 개 계열사가 인수 부담을 모두 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여기에 현대기아차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할 경우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도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 대신 대주주가 대규모 사재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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