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혼났던 박원순…신개념 공공주택 실험 승부수

뉴시스

입력 2018-12-26 15:21 수정 2018-12-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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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공공주택 8만호 추가공급 세부계획’을 발표하면서 실험적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기존 정책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사고의 전환을 통해 토지와 주택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일단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제시한 주택 공급 방안들은 아직까지 우리가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들인 만큼 성공까지는 주민 설득 등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이 이날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도로 상부(2만5000㎡, 1000호), 경의선 숲길 끝 교통섬(4414㎡, 300호), 증산동 빗물펌프장 상부(5575㎡, 300호) 등지에 그간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실험적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선다.

북부간선도로 위에는 인공대지가 설치되고 그 위에 주택단지가 들어선다. 도로 때문에 가로막혔던 지역이 주택단지를 통해 연결된다.

경의선 숲길 끝 교통섬으로 활용되던 유휴부지는 다양한 청년행사가 열리는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청년들의 활동을 통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증산동 빗물펌프장 상부 역시 건축부지로 활용된다. 공유워크센터 등 공공행사를 여는 건축물이 이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 3곳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박 시장이 참고한 사례는 프랑스 파리의 ‘리인벤터 파리(R?inventer Paris)’ 프로젝트, 일본 오사카의 TKP게이트타워 빌딩, 독일 베를린의 슐랑엔바더 슈트라세(Schlangenbader strasse)다.
리인벤터 파리 프로젝트는 도로·철도·공터 부지 등 유휴지 22곳을 재구성하는 대형 사업이다. 리인벤터 파리의 대표 건물은 파리 17구 외곽순환도로 위에 들어서는 복층 도시다. 사무공간 외에 일반주택과 공공임대주택, 상가가 입주한다. 인근에 지어질 복합 주거건물 ‘밀 아르브르’에는 고급 호텔과 식당, 주택이 들어선다.

일본 오사카의 TKP게이트타워 빌딩은 5~7층 사이 뚫린 공간으로 고속도로가 관통한다. 빌딩 속 고속도로가 대형 기차역인 우메다역과 각종 쇼핑센터, 오피스빌딩에서 발생한 교통량을 소화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근교 슐랑엔바더 슈트라세는 독일 아우토반 104번 고속도로 위에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1.5㎞에 이르는 고속도로 위에 1215가구 아파트가 길게 늘어섰다. 고속도로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과 인공지반 터널로 관통해 지나간다.

기존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이 서울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런 새로운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게 박 시장의 판단이다.

하지만 도로와 시설물 위에 입체적인 주택을 짓는 건 국내에 도입된 적이 없어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지하공간을 조성해 상가나 부대시설을 넣는 데는 능하지만 도로나 철도의 상부공간과 공중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택건축방식을 뒷받침할 제도가 아직 완비되지 않았다는 점도 박 시장에게는 난관이다. 도로공간과 주변지역의 입체적인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도로공간의 입체개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긴 하지만 아직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현행 법령의 ‘틈새’를 활용해 신종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등 일정한 공간적 범위를 정한 도시·군계획시설의 경우 해당 시설의 지상·수상·공중·수중·지하에 건축허가를 낼 수 있다.

아울러 공중공간에 대한 소유권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우리나라 현행 법체계 역시 공중공간을 활용해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려는 박 시장의 활동반경을 넓혀주고 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도전은 실패를 거듭해온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에 하나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이 늘어나면 최근의 사립유치원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며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통해 주택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전체 주택시장에서 공공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고, 이를 통해 민간주택의 집값 급등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급변동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얘기다.

나아가 박 시장은 부동산정책 결정권을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주택 정책의 여러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한다”며 “서울의 상황과 광주, 대구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이걸 어떻게 정부가 효율적으로 맞춤형으로 할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박 시장의 이 같은 주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우리는 쓸만한 토지가 제한되고 인구도 밀집돼 있어 토지를 입체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며 “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이 지을 신개념 공공임대주택의 성패는 안전성 확보와 인근주민 설득, 외관상 아름다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외국사례로 효과가 있다는 입증은 됐지만 우리는 아직 사례가 없으므로 안전성을 입증해 (도로 상부 주택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아울러 주변지역에 공공편의시설을 넣어야 인근 주민에게 제공하는 복합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디자인에서 문제가 생기면 시각적 효과로 인해 인근 주민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며 “디자인 측면으로도 명물 주거공간이자 랜드마크가 되도록 디자인 측면에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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