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반떼와 비교할 수 없는 맛” 포드 포커스 디젤

동아경제

입력 2013-03-30 09:00 수정 2013-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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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 금요일(8일) 오후 7시45분. 남산1호 터널로 들어서자 입구부터 정체가 시작됐다. 터널 안 어두운 조명 아래 3명의 젊은 남자들이 차 한 대에 몸을 싣고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휴대폰 내비게이션 음성이 침묵의 빈자리를 채웠다.

주말을 앞둔 그들의 목적지는 전북 전주시에 소재한 전북대학교. 시승을 겸한 동료 기자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어둠 속의 장거리 질주에 나선 그들의 이동수단은 포드 포커스 디젤 세단이었다.

216km의 장거리에 금요일 저녁 도심의 정체를 감안한다면, 도착시간은 자정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3명의 기자들은 교대로 운전대를 잡았고, 차 안은 자연스럽게 포커스에 대한 품평회로 이어졌다.

포드는 지난 1월 국내에 포커스 디젤 4도어 세단과 5도어 해치백 2가지 모델을 동시에 출시했다. 파워트레인은 2.0ℓ 듀라토크 TDCi 디젤엔진에 듀얼 클러치 6단 변속기를 맞물려 스포츠 트림 기준으로 최고출력 163마력과 최대토크 34.7㎏.m의 힘을 낸다.
연비는 신연비 기준 17.0㎞/ℓ(복합연비)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국내 출시된 동급 차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연비는 이 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차체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535×1825×1475mm이며, 휠베이스는 2648mm이다. 배기량은 다르지만 비슷한 크기의 현대차 아반떼와 비교할 때 전장 5mm, 전폭 50mm, 전고 40mm가 더 길고 휠베이스는 52mm가량 짧다. 외관상으론 아반떼에 비해 조금 더 커 보이지만, 실내에 탑승하면 2열 좌석이나 운전석과 보조석의 간격 등이 국산 준중형차에 비해 좁게 느껴졌다.

외관은 전체적으로 날카롭다. 전면 전조등과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의 범퍼가 고성능 모델을 연상시켜 인상적이다. 옆모습은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차체로 역동성이 느껴지고, 후면은 직선을 강조한 후미등과 트렁크 상단을 깔끔하게 정리해 군더더기가 없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이 독특하다. 보통 상단과 하단으로 나눈 가로배치 형 버튼 구조가 일반적이라면, 포커스의 좌우 대칭형 오디오 버튼이 신선한 느낌을 줬다. 대신 이제는 수입차에서 일반화된 LCD 패널이나 내비게이션 등의 옵션이 빠진 부분은 아쉽다.
시동을 걸어보니 엔진소리가 의외로 조용하다. 차량내부로 들어오는 엔진소음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정도다. 다만 디젤엔진 특유의 미세한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져 살짝 신경이 쓰였다.

가장 먼저 운전대를 잡은 기자는 서울 시내구간을 시작으로 고속도로 일부구간을 운전했다.

손에 잡히는 감각이 좋은 스티어링 휠은 정확한 조향능력을 발휘했다. 콤팩트한 차체로 인해 40~50km/h에서 차선을 넘나들어도 민첩하게 움직이고 적당한 무게감을 더한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깔끔한 편이다. 서스펜션이 조금 만 더 단단하면 운전의 재미를 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고속도로에 올라가 가속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가속페달에 깊숙이 밟았다. 163마력의 풍부한 출력과 디젤차 특유의 초반 가속 성능을 증명하듯 140~160km/h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속도가 붙었다. 조금 더 민감한 브레이크 성능이 아쉽긴 하지만 차급을 생각한다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구간과 일부 고속 주행을 마친 후 직접 측정한 연비는 100km당 6.4ℓ를 기록했다. 국내 단위로 환산하면 약 15.6km/ℓ로 복합연비에 가까운 수치다.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부터 T언론사 전모 기자가 운전대를 잡았다. 평소 부드럽고 조용한 운전 성향을 가진 전 기자가 출발하며 말을 꺼냈다.
“동력성능이나 승차감에 있어서 아반떼보다 특별히 좋은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포커스 디젤은 좀 특별하게 생긴 값비싼 아반떼에 불과한 것 아니냐.” 첫 발언부터 묵직한 돌직구를 날린 그는 평소의 운전 성향과는 정반대로 차를 거칠게 몰았다.

주변에 차가 없다 싶으면 곧바로 급한 가감속에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순간순간 초고속 영역까지 차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앞좌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좁은 뒷좌석에 앉은 기자는 공간도 불편했지만, 마음은 더욱 불안해져갔다. 입장휴게소에 도착해 운전자를 교대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기 힘들었다.
전 기자는 “변속감도 훌륭하고 운전하는 재미는 분명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는 4도어 세단보다는 5도어 해치백이 더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입장 휴게소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운전대를 잡은 김모 기자는 평소 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운전하기를 좋아하기로 소문이 난 기자다. 그는 휴게소를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좌우로 스티어링 휠을 크게 돌리며 조향감각을 테스트했다. 하지만 거친 운전은 여기까지였다.

앞선 전 기자의 고속주행 때문인지 예상보다 부드럽게 달렸다. 김 기자 역시 스티어링 휠에 대한 느낌을 강조했다.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와 적당한 질감이 운전하는데 만족스럽다. 패들시프트 등을 갖추고 좀 더 역동적인 주행과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면 더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다음날 결혼식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기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운전대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덕분에 그들은 계속 졸았고, 기자는 연신 하품을 해댔지만 마음만은 편안했다.

판매 가격은 트랜드 2990만 원, 스포츠 309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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