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이진석 기자의 Car in the Film]아우디 TT/ 어바웃 어 보이

동아일보

입력 2012-07-19 03:00 수정 2012-07-1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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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귀족을 위한 차 우연일까…

아우디 ‘TT’.
‘모든 사람은 결국 서로 떨어져 있는 섬이야. 난 혼자서도 즐겁게만 지내는걸.’

영국 런던. 잘생기고 돈 많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작곡가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히트곡의 저작권료로 풍족한 생활을 보냅니다. 미용실이나 당구장에 들러 남아도는 시간을 보내고 매일 다른 여자를 찾아다니는 게 일과의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몰고 다니는 차까지 멋집니다. 이쯤 되면 부러움을 넘어 아주 괘씸할 정도죠.

이웃에는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숫기 없는 소년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괴롭힘에 시달리다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햄스터에게 먹이를 주는 게 소년의 일과입니다. 절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소년에게서는 ‘잘나가는 독신 남성’과의 공통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크리스 웨이츠·폴 웨이츠 형제 감독의 2002년 작.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의 영화 제목이 지칭하는 ‘한 소년’은 과연 둘 중 누구일까요?

윌(휴 그랜트 분)은 38세의 나이에도 독신 생활을 만끽합니다. 길어야 두 달인 평범한 연애마저 지겨워진 그는 새 목표로 ‘싱글맘’을 노립니다. 원하던 바를 이루는 대신 괴팍하고 귀찮은 소년 마커스(니컬러스 홀트 분)가 그의 삶에 들러붙습니다. 그리고 ‘두 소년’은 서로를 알아가며 성장합니다.

영화 속 윌의 스포츠카 ‘아우디 TT’는 1998년 출시된 1세대 모델입니다. 이후 출시된 후속 모델이 이미 3세대에 이르렀지만 초기형 TT의 디자인은 지금 봐도 믿기지 않을 만큼 혁신적이고 세련미가 넘칩니다. 곡선의 부드러움을 극대화한 감각적인 디자인은 도로가 아니라 당장 우주를 향해 날아가도 어색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 차는 현재 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인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대표작으로도 유명합니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 자동차 평론가들로부터 “마치 말을 걸면 대답해올 것 같은 생동감 있는 디자인”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죠.

멋진 건 겉모습뿐이 아닙니다. 최고출력 180마력의 1.8L 터보차저 엔진에 달린 6단 자동변속기는 당시로는 흔치 않던 패들시프트(운전대 주변에 달린 손가락으로 조작이 가능한 변속기)까지 지원합니다. 물론 작은 차체 때문에 뒷좌석이 없다시피 하지만 독신 남성에겐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겠죠. 영화 속 TT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등장하며 ‘독신 귀족’인 윌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재미있는 사실 두 가지. 이 차의 이름인 ‘TT’는 영국의 맨(Man) 섬에서 매년 6월 열리는 모터사이클 경주 ‘투어리스트 트로피(Tourist Trophy)’에서 유래됐습니다. ‘사람은 모두 섬’이라고 생각하는 윌이 이 차를 타는 건 단순한 우연일까요? 또 한 가지 사실은 바다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 결국 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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