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출발에 가속 안 되고…구제불능 ‘라세티’

동아경제

입력 2011-08-19 11:44 수정 2011-08-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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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쉐보레 크루즈(구 라세티 프리미어) 미션 결함을 주장하는 차량을 직접 테스트해봤다. 사진=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쉐보레 크루즈(구 라세티 프리미어) 차주들은 대부분 젊다. 한국지엠 자료에 따르면 구매자의 52%가 25세~35세이다.

회사원 김태균 씨(35)는 중고차를 타다가 새 차의 꿈을 2009년 6월 라세티 프리미어로 실현했다. 김 씨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안전성이 높다는 광고 때문에 라세티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광고 영상에 속은 것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개월 뒤 ‘미션슬립’(주행 중 RPM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가속이 더딘 현상)이 발생해 서비스센터를 처음 방문했다. 그 이후에 3회 가량 미션을 수리했으나 고쳐지지 않았다. 현재도 그의 차는 시속 50km에서 자동변속기가 5단으로 변속되는 등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주행 중 갑자기 차가 튕겨나가듯 울컥하는 현상 때문에 사고를 일으킬 뻔한 적도 있다.

김 씨와 비슷한 경우의 라세티 운전자들이 인터넷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들은 “운전할 때 마다 위험하고 수리도 안 된다. 한국지엠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모른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스트에 참가한 2009년형 라세티 프리미어 운전자 김태균 씨.


#라세티 프리미어 차주들 한국지엠 불매운동
이들은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지난달 말부터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한국지엠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은 얼마만큼 타당한 것일까. 기자가 이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고 차량을 직접 운전해봤다.

테스트를 위해 라세티 프리미어 1.6L 2008년, 2009년형 차량 두 대를 운전했다. 2008년형 모델은 차주가 미션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수리를 받은 차량이고, 다른 한 대는 공식 업데이트만 3회 받았다.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청 인근 도로에서 1시간 동안 이들이 주장하는 감속 후 재 가속 문제와 미션슬립, 출력저하 등을 직접 경험해봤다.

먼저 라세티 프리미어 2009년형 1.6L차량의 자동변속기를 D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차는 좀처럼 가속되지 않았다. RPM은 올라가는데 가속이 더뎠다. 마치 무엇인가 뒤에서 차를 붙잡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속 50km에서 벌써 5단으로 변속
도로주행에 나섰다. 속도계 바늘이 시속 50km를 넘기면서 바로 5단으로 변속됐고 출력도 떨어졌다. 라세티는 국내 동급 최초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이다. 그러나 저속에서 고단 기어로 변속돼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가속이 어려웠다.

오르막길을 만났다.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반응이 느렸다. 우연히 오르막길에서 만난 앞 차도 동일 모델이었다. 두 차는 힘겹게 오르막길을 올랐다. 하지만 오르막길에선 우려했던 미션슬립은 발생하지 않았다. 동승했던 차주는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은 뒤 다시 가속페달을 밟으면 미션슬립 현상이 발생한다”며 “감속 후 재 가속 상황이 오면 차가 가속이 안 되다 갑자기 튀어나가 사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과속방지턱을 넘자 퀵 다운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시속 15km에 RPM은 3000을 넘겼고 가속은 되지 않았다.


#‘윙’하는 굉음에 미션슬림 발생
실제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미션슬립 현상이 확실히 나타났다. ‘윙’ 하는 굉음과 함께 RPM이 3000~4000까지 치솟다 약 1.5~2초 동안 기어가 빠진 듯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후 갑자기 기어가 맞물려 돌아갔다. 처음 경험하는 운전자들은 당황스러울만한 상황이었다. 김태균 씨는 “2009년 새 차를 탈 때부터 미션슬립이 발생해 정비소를 찾았다”며 “토크컨버터 교체와 시스템 업데이트를 3회 받았지만 지금도 하루에 수십 번 미션슬립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테스트에 참가한 2008년형 라세티 프리미어 운전자 정성모 씨.

이번에는 2008년형 모델을 타봤다. 차주 정성모 씨(36)는 인수 받은 차량이 70번째 출고 차량이라고 했다. 정 씨에 따르면 출고 직후부터 차량 성능이 현저히 떨어져 수리를 많이 받았다. 그는 “자비를 들여 크루즈 2.0L 디젤 모델 배터리와 토스카 점화플러그로 교체까지 해봤다”며 “업데이트 3번과 비공식 업데이트까지 수차례 받았지만 소음과 진동, 연비에 문제가 발생해 업데이트 받기 이전으로 롤백했다”고 토로했다.

한국지엠은 그동안 감속 후 재 가속에 문제를 느끼는 고객들에 한해 업데이트를 3회 진행하고, 별도로 ‘쉐보레 크루즈 미션 결함’ 인터넷 카페 회원들에게 비공식 업데이트를 제공했다.


#한국지엠 “우리는 더 이상 해줄게 없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 문제 때문에 회사에서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업데이트로 개선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불편을 못 느끼는 고객들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고객들에게만 업데이트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어 특성상 변속이 빨라 질 수 있다”며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업데이트 외에는 없다”고 했다.

한국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는 쉐보레 크루즈 관련해 변속 충격과 물새는 현상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담당자는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신고내용이 접수되면 모니터링을 통해 테스트를 진행한다”며 “국토해양부의 공식 리콜관련 조사 요청은 없었지만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이 문제가 안전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되면 국토부에 보고한 뒤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18일 평택에서 미션 문제 때문에 민원을 접수한 라세티 차량을 한국지엠 평택정비소에서 테스트했고 19일 제조사와 만나 확인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라세티 프리미어는 2008년 11월 출시 이후 매년 3~4만대가 팔리며 한국지엠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름을 쉐보레 크루즈로 바꾼 후에도 올해 1~7월까지 국내에서만 1만8107대를 팔았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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