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벗어나는 ‘한국GM’, 경영정상화 시동…신차 등 ‘선물보따리’ 한가득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9-03-26 14:12 수정 2019-03-26 18:46
쉐보레 콜로라도·트래버스
-올해 GM 아·태 지역본부 국내 설립-불확실성 걷혀 경영정상화 순항 중
-2019년 목표는 손익분기점 돌파…내실 다지기에 초점
-글로벌 준중형 SUV·CUV 개발 계획 이상無
-올해 쉐보레 트래버스·콜로라도 국내 도입
지난해 ‘철수설’에 시달렸던 한국GM이 위기에서 차츰 벗어나는 분위기다.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경영정상화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와 함께 하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수치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에 집중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국GM은 오는 28일 인천 소재 부평공장 홍보관에서 ‘GM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GM 아·태본부)’ 개소식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싱가포르에 있던 GM 아·태본부가 국내로 이전하는 것으로 작년 5월 GM과 산업통상자원부가 맺은 양해각서 체결에 따른 조치다.○ 글로벌 ‘GM 아·태 지역본부’ 국내 설립
부평공장에 들어서는 GM 아·태본부는 향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내 판매되는 차량 생산과 신차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이번 본부 이전은 한국GM의 순조로운 경영정상화를 상징하면서 사업 영속성을 담보하는 조치라는 평가다.
한국GM 측은 10년 이상 국내 존속을 전제로 이미 지난해 글로벌 GM과 한국 정부가 장기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약속한 만큼 계획에 따라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GM과 산업은행은 한국GM 정상화에 자금 약 7조7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월 판매량이 만족할 만한 수치가 아니고 실적 회복이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정상화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며 “연구개발(R&D) 신설법인을 설립했고 부평·창원 공장은 신차 준비로 분주해지는 등 회사 내부 분위기가 한결 여유로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된 산은과 GM의 이면합의 주장에 대해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GM이 오는 2024년부터 출자전환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어 산은 지분율 감소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곧 또 다른 GM의 철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면합의설’ 논란이 일었다. 이에 산은 측은 “GM이 콜옵션을 행사해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산은 역시 동일한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분율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을 해소했다.
쉐보레 트랙스
○ “신차 개발 차질 없다” 글로벌 준중형 SUV·CUV 개발 박차…공장 물량 재배치신차 개발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최근 신차 생산 준비와 관련해 설비 보완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고 기존 생산물량 재배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은 준중형급 SUV(개발코드명 9BUX)가 부평 1공장에서 만들어지고 기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는 2공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준중형 SUV 연간 생산 규모는 약 25만대로 트랙스(작년 23만9800여대 생산)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생산물량 신규 및 재배치로 신차가 투입되는 1공장과 그동안 30%대에 머물던 부평 2공장 가동률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준중형급 SUV는 트랙스를 대체하는 글로벌 주요 차종이다. 한국GM이 수년 전부터 개발을 맡아온 프로젝트로 글로벌 GM이 추진 중인 SUV 라인업 강화 전략에 포함된 모델이다.
일각에서는 작년 언급된 중형 SUV 차량 개발을 중국에 넘기고 새로운 준중형 SUV 개발은 이미 한국이 개발을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라는 주장이 나온다. 준중형 SUV 개발 소식이 새로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신차 개발을 배정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이에 대해 한국GM은 “준중형 SUV는 글로벌 GM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만큼 한국이 개발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중형 SUV 대신 CUV 개발이 새롭게 추가됐지만 개발에만 그칠 수 있었던 중형 SUV보다 개발과 생산까지 이어지게 될 CUV 차종이 사업 타당성이나 효과 측면에서 국내에 훨씬 더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2개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추가로 개발과 생산을 배정받은 새로운 글로벌 CUV 모델은 출시 일정이 여유가 있는 만큼 국내 부품협력사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차종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한국GM은 작년 철수설 위기를 겪으면서 내수시장에 대한 우려가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수출 시장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강조했다. 위기 속에서도 작년에만 총 36만9554대를 수출해 굳건한 위상이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주요 차종인 트랙스는 지난 3년 동안 국내 완성차 수출 1위를 기록하면서 변함없이 수출 효자 노릇을 이어갔다.
쉐보레 타호
○ 올해 수입 SUV 라인업 확대…‘쉐보레 트래버스·콜로라도’ 국내 출시다만 내실 다지기에 중점을 두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면서 내수시장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국GM은 최근 진행된 쉐보레 전국 대리점 워크숍에서 올해 국내 판매 목표를 11만4000대로 발표했다. 무리한 목표 설정으로 수치 달성에 연연하기 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체질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2018년은 한국GM의 미래 비즈니스를 변화시킨 한 해”라며 “보다 장기적인 성장과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올해는 새로운 글로벌 준중형 SUV와 CUV 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내수시장 목표를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올해 판매 전략의 경우 핵심 모델인 쉐보레 말리부와 트랙스, 스파크 등 3개 차종을 전면에 내세우고 수입 판매 모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수입 판매된 차종은 볼트EV와 볼트(Volt), 임팔라, 카마로SS 등 승용 모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수입 SUV 앞세워 내수 공략에 나선다. 오는 28일 언론공개행사를 시작으로 개막하는 ‘2019 서울모터쇼’에서 세부 신차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먼저 대형 SUV 트래버스를 도입한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계승한 SUV 모델로 최신 디자인과 사양을 갖췄다. 북미 버전에는 3.6리터 가솔린 엔진과 9단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36.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전자식 상시 사륜구동과 트레일러링 시스템이 기본 적용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킨다. 넓은 실내 공간과 적재공간도 제공된다.
픽업 모델도 국내 출시될 전망이다. 쉐보레 콜로라도는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45만 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 모델로 북미 시장에서 중형 픽업트럭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프레임 바디 구조에 우수한 동력성능과 견인능력을 갖췄다는 게 GM 측 설명이다. 북미 버전은 3.6리터 가솔린 엔진과 8단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2kg.m의 힘을 낸다. 트래버스와 마찬가지로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됐고 3.2톤에 달하는 강력한 견인능력을 발휘한다.또한 한국GM은 이번 모터쇼에서 트래버스보다 큰 SUV 모델 ‘타호(Tahoe)’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처음 소개한다. 아직 출시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최대 규모 자동차 전시회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다는 방침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해 철수설로 위기를 겪었지만 한국GM은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가고 있다”며 “작년 이슈 일부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지만 단순히 내수 판매 실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장기적인 방향성에 초점을 맞춰 묵묵히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가는 한국GM의 노력을 평가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쉐보레 말리부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비즈N 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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