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 정부 강력 규제에 속수무책… 해외사업도 울상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02-26 08:00 수정 2018-02-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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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들이 활기차게 맞아야할 무술년 초반부터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주택사업 호조를 보인 것과 달리 올해는 정부 각종 규제로 잔뜩 움츠러들 전망이다. 또한 이들 건설사의 계속되는 해외사업 손실도 뼈아프다. 설상가상 이 같은 여파로 일부 업체 매각은 무기한 중지된 상태다. 또한 부실시공 논란 등도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 지난해 주택사업 활기

건설업계에 따르면 2017년 삼성물산·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상승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 감소는 현대건설이 유일했다.

영업이익 호실적은 대부분 주택사업에서 나왔다. 세부적으로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6년 대비 영업이익이 1362% 늘어난 5015억 원을 달성했다. 대림산업과 GS건설도 주택·건설부문 호실적이 성장을 이끌었다. 대림산업은 영업이익 5468억 원, GS건설은 3190억 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0%, 123.1% 증가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업계 최고수준인 646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 정부 부동산 규제에 ‘안방’ 사업 위축

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 버팀목이 돼왔던 주택사업이 올해부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각종 규제와 대출 축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다시 적용되면서 순조로운 청약과 수익성을 장담 못하기 때문이다. 또 이미 확보한 공공 및 민간 택지에 짓는 주택사업도 건설사들에게 불리한 규제로 발을 빼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반포주공단지의 시공사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반보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아파트 조합이 시공사 선정절차에 다시 돌입했지만 흥행할지는 미지수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의 시공사 입찰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각각 입찰을 마감했으나 현대산업개발의 단독 참여로 모두 유찰됐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 재건축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대치쌍용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말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으나 대우건설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이 같은 결과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이 최고 8억4000만원이라는 국토교통부의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재건축 아파트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일과 준공일의 주택 가격을 비교해 조합원 가구당 이익이 3000만 원을 초과하면 최대 50%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제도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수주 부진과 저조한 채산성이 지속되고 최근 수주 물량에서 손실 발생 가능성이 확대되는 등 해외 실적 부진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주택사업 역시 얽히고설킨 규제로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건설경기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해외사업 부진 장기화

이에 반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의 경우 매각 직전까지 갔지만 해외 대규모 손실로 인해 무산됐다. 지난해 4분기 모로코 사피(Safi)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시운전 과정에서 자재의 손상에 따른 재주문 제작 및 시공으로 3000억 원 규모 공사지연 관련 손실이 결정적이었다. 앞서 2016년 4분기에는 사우디 자잔(Jazan) 정유 시설, 이라크 알포 항만, 알제리 RDPP 발전 플랜트, 카타르 고속도로 등의 해외 공사에서 큰 폭의 예정원가율 조정으로 7000억 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림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림산업의 플랜트사업 수주잔고는 3조86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3조1652억 원) 감소했다. 대림산업 플랜트 부진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중동지역에 입찰이 몰리며 저가수주로 이어졌고, 손실발생 후 해외 수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대림산업 플랜트 신규수주는 2013년 5조5611억 원에서 2014년 2조 원으로 뚝 떨어졌다. 한때 7조 원대에 머물던 플랜트 수주잔고는 3조8000억 원으로 줄었다.

GS건설 역시 지난해 4분기 이집트 ERC 현장에서 809억 원 손실이 나면서 영업이익을 12.6% 끌어 내렸다.

건설사들은 국제유가 상승기조에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늘려 잡았지만 워낙 변수가 많다. 해외사업은 국가 정세, 설계 변경과 같은 일에 영향을 받는다. 원가율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 부실시공 행태 여전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부실시공도 건설사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평택국제대교 교량 붕괴에 대해 시공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부실한 비용 책정에 따른 품질 및 현장 관리 소홀을 사고 이유로 최종 결론 나면서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부영주택의 경우 지난해 부실시공으로 문제가 된 경기도 화성 동탄2 아파트 외에 지방에서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에서도 철근 시공 누락 등 문제가 적발돼 벌점과 영업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를 받거나 일정 수준 이상 벌점을 받은 건설사는 선분양을 못 하게 하거나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제한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법이 개정되면 기존에 벌점을 받거나 영업정지를 받은 업체에도 소급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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