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Marketing]‘좋아요’ 늘어도 매출 제자리… 활용법 따로 있다

조진서기자

입력 2017-03-27 03:00 수정 2017-03-2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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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페이스북 통한 ‘입소문 마케팅’ 적극 도입

요즘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페이스북에 계정을 운영하며 ‘좋아요’ 숫자를 늘리기 위해 애쓴다. 페이스북만큼 입소문 내기 좋은 곳도 없는 게 사실이다. 일단 회원 수가 많다. 업체 측에 따르면 한국 내 서비스 이용자가 1700만 명 이상이다. 또 ‘좋아요’ 버튼을 누른 사람뿐 아니라 그 친구들에게, 또 친구들의 친구들에게까지 쉽게 정보를 전파할 수 있는 방식이라서 기업의 마케터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페이스북을 마케팅에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레슬리 존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좋아요’ 숫자를 늘려봐야 매출이나 수익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좀 더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적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영문판과 한국어판 3월호에 실린 존 교수의 논문을 소개한다.


○ ‘좋아요’는 수익을 올려주지 않는다

존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포천 500대 기업 중 80%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에서 근무하는 마케팅 임원의 87%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이 새로운 고객이나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지 아닌지를 숫자로 입증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업체들이 많은 것이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른 소셜미디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클릭 수나 팔로어 수, ‘좋아요’ 수를 늘린다고 해서 제품이 정말 더 많이 팔리는지, 설령 더 많이 팔렸다고 해도 그것이 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덕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어떤 브랜드나 제품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그것을 구매할 확률이 높다는 것까지는 사실로 밝혀졌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 표시를 한 사람들은 평균보다 11% 더 자주 스타벅스 매장에 들르고 8% 더 많은 돈을 썼다. 하지만 존 교수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에 스타벅스 커피를 더 자주 사먹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더 많이 누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스타벅스 커피를 일반인 평균보다 많이 마셨을 것이다.

존 교수는 4년 동안 무려 1만8000여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16번의 대규모 실험을 거쳐 이런 가설을 확인해 봤다. 결론은 명쾌하다. 소셜미디어는 마케터들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SNS에서 어떤 브랜드를 ‘팔로잉’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 그 사람의 소비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다. 또 그 사람의 페이스북 친구들의 소비 습관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원래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요’도 많이 눌렀다.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좋아요’를 잘 누르지 않았다.

게다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광고성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잘 보여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내가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라고 해도 직접 방문하지 않는 한 거기 올라오는 콘텐츠 모두가 나에게 먼저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타임라인 화면은 자동적으로 적절히 필터링되어 일부 콘텐츠만 보이게 된다. 이런 기능이 없다면 사용자들은 매일 평균 1500개의 콘텐츠에 압도될 거라는 게 존 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선 ‘좋아요’ 숫자만 믿고 그 사람들이 모두 자사가 올리는 콘텐츠를 볼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상당수의 콘텐츠는 페이스북 팔로어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 페이스북 마케팅의 네 가지 비법

그렇다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마케팅은 쓸데없는 짓일까? 그렇진 않다. 제품 판매 매출을 확 끌어올릴 수는 없지만 다른 용도로는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첫째, 충성고객에 대한 정보 전달의 창구로 써보자. 어찌 됐든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만은 거의 틀림없다. 그런 충성고객들을 위한 이벤트 안내, 쿠폰 발행처럼 딱 필요한 정보를 전하고 싶을 때는 효과적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쓸데없이 요란한 콘텐츠를 올리거나 지인들에게 구걸하면서까지 ‘좋아요’ 수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마케팅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만 가져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브랜드 애착도가 낮은 사람들까지 섞여버리기 때문이다.

둘째, ‘좋아요’만 누르게 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아예 고객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좋다. 미국의 스포츠의류 브랜드인 룰루레몬, 패션 브랜드인 프리피플 같은 회사들은 자사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찍은 인스타그램 사진 등을 해시태그(#)를 이용해 수집한다. 그리고 좋은 것들은 회사 계정에서 퍼뜨려준다. 이런 활동은 충성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더욱 높여준다.

셋째, 고객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창구로도 소셜미디어만큼 효과적인 채널이 없다. 덴마크의 장난감 업체 레고는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얘기를 하는지 살펴보며 이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또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항공권 예약과 환불, 불만사항 접수 등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고객이 KLM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상담원이 최대한 빨리 응대하는데, 먼저 답을 주는 데 몇 분이나 걸릴지를 알려주고 이 예상 응답시간을 5분마다 업데이트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고객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면 고객 역시 상담원에게 보다 정중한 자세를 취하게 되니 쌍방이 이득이다.

넷째, 소셜미디어의 기본 알고리즘에만 의지하지 말고 적절히 광고도 함께 집행하면 매출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건강보험회사는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에게 주 2회 콘텐츠를 반드시 노출하는 조건의 광고를 페이스북 측에 집행했다. 그러자 이 보험회사가 운영하는 건강관리 프로그램 사용률이 8% 증가했다. 업계 용어로 표현하자면 ‘풀(pull) 마케팅’과 ‘푸시(push) 마케팅’을 적절히 조합한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해서 소비자를 슬그머니 우리 브랜드로 끌어당기려는 풀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소비자에게 정보를 강제적으로 밀어내는 푸시 마케팅도 함께 사용할 때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몇 년간 소셜미디어가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로 성장하면서 기업인들 특히 마케터들이 과도하게 흥분한 측면이 있다. 이제는 냉정하게 효과를 따져가며 투자 대비 수익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할 때가 됐다는 것이 존 교수의 제언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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