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미분양 후 깜깜이 분양?’…고덕신도시 무슨 일이
뉴스1
입력 2020-01-17 07:04 수정 2020-01-17 07:04
자료사진. 수도권의 한 모델하우스 모습.(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News1
청약이관 등 분양시장의 혼란을 틈타 고의로 미분양을 낸 뒤 영업조직을 이용한 ‘깜깜이 분양’에 나서는 사례가 수도권에서 등장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중견업체인 대광건영이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 짓는 ‘고덕국제신도시 대광로제비앙’ 아파트의 견본주택(모델하우스) 문을 16일부터 열고 청약에 나섰다. 공급물량은 639가구에 달한다.
그런데 모델하우스 개관 및 청약 시점이 다소 의아하다. 청약시스템이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되면서 이번 주부터 신규 아파트 온라인 청약업무가 잠시 중단되기 때문이다. 당분간 모델하우스 개관 일정도 없다.
확인 결과 고덕 대광로제비앙은 이미 지난달 말(18일~20일) 온라인 1·2순위 청약을 마친 상태다. 당시 분양 홍보나 모델하우스 개관 등의 절차 없이 조용히 청약을 진행해 대부분이 미분양 됐다. 온라인 청약 인원은 100여명에 불과했고, 계약 인원은 이보다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대광건영이 일명 ‘깜깜이 분양’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깜깜이 분양은 건설사가 분양정보 노출을 최소화한 상태로 청약을 받은 뒤, 미분양이 나면 영업조직을 동원해 현장에서 선착순 추첨 등의 방식으로 물량을 해소하는 수법이다. 편법 마케팅 수법으로 꼽힌다.
고덕 대광로제비앙 분양관계자는 “(온라인 청약 당시엔) 홍보나 모델하우스 오픈식 등을 아예 하지 않아 사람들이 분양하는지 몰랐을 것”이라며 “16일부터 모델하우스를 정식 오픈해 접수를 한다”고 말해 사실상 깜깜이 분양을 시인했다.
일반적인 분양 절차는 청약 약 2개월 전부터 사전 홍보를 시작한다. 청약 전 모델하우스를 열어 실물을 볼 수 있게 한 뒤 온라인을 통해 공개 청약을 진행한다. 예비청약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청약 당첨과 계약 등의 일정도 2주 이상 여유 있게 두고 청약자가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깜깜이 분양은 이러한 절차를 최소화해 예비청약자들이 상품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결정에 있어 신중히 검토할 여유가 없다. 그에 따른 책임은 소비자가 져야 하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고덕 대광로제비앙 역시 16일부터 18일까지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접수를 한 후, 19일 당첨자 발표를 하자마자 계약을 진행해 소비자가 생각할 여유를 두지 않았다.
깜깜이 분양은 주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분양 성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볼 수 있다. 평택은 경기도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아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린다. 반도체 공장 호재 등에 편승해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공급과잉 몸살을 겪고 있다.
11월 말 기준 경기도 미분양 물량은 7300가구인데 이중 평택이 22%인 1619가구를 차지한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도 658가구나 된다. 앞서 지난해 평택 고덕신도시에서 분양한 4개 아파트 단지 역시 청약에서 대거 미달이 발생해 수백 가구가 미분양 됐고, 아직 상당수가 남아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한두 푼이 아니기 때문에 집을 살 때는 분양시장 환경, 입지, 분양가 등을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해야 후회하지 않는다”며 “깜깜이 분양 단지의 경우 시장 환경이 어려운 경우 등이 많아 잘 살펴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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