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 ‘긴축 한파’… LG화학 “작업 장갑 빨아 쓰고, 이면지 사용”
홍석호 기자
입력 2023-12-11 03:00 수정 2023-12-11 10:39
고금리에 원가 오르는데 수요 부진
수익 급속 악화… 10곳 중 5곳 적자
“공급과잉 본격화… 중국시장 비상”
기업들 신규 프로젝트 중단 잇따라
LG화학은 최근 한 사업 부문에서 추진하던 신규 프로젝트를 대거 중단시켰다. 장기적인 투자를 담보할 수 없어서다. 이와 함께 전사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작업용 장갑을 세탁 후 재사용한다거나 이면지 사용을 권장하는 등이다. 전 직원 대상 잔여 연차 소진 독려도 예년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LG화학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석유화학 부문이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올해 2분기(4∼6월)까지 연속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이 기간 합산 적자액은 2300억 원에 달한다. 3분기(7∼9월) 370억 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4분기와 내년에도 흑자를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배터리 소재, 바이오 등 신규 투자를 위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가 흔들리자 기업 전체가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 효자 종목인 석유화학 산업이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동시 악재 때문이다.
10일 본보가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 10곳의 재무 상태를 분석(각 년 1∼9월 기준)한 결과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1년 11.5%에서 지난해 2.7%, 올해 0.8%로 급격히 나빠졌다. 롯데케미칼, DL케미칼, 이수화학, 효성화학, 대한유화 5개사는 올해 적자 상태다.
매출 대비 매출원가(원재료, 인건비 등)의 비중인 매출원가율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2021년 81.8%, 지난해 89.9%로 오른 데 이어 올해(91.4%)는 90% 선마저 넘겼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주로 원유에서 나온 나프타를 나프타분해설비(NCC)로 분해해 각종 화학제품과 기초원료를 생산한다. 화학제품과 기초원료는 일회용품, 필름, 가전 내장재나 부품, 자동차 내장재, 마스크나 장갑 등에 쓰인다. 고금리·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며 글로벌 전방산업 수요가 줄어들자 원자재를 공급하는 석유화학 업계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폭발적으로 늘었던 방역제품(마스크, 장갑) 수요도 대폭 줄었다. 미국, 중국 등 글로벌 부동산 경기 부진까지 겹쳤다.
여기에 중국 수요 부진이 결정타였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출의 39.1%를 차지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발 공급과잉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석유화학 시설을 대폭 증설하며 석유화학 자립률을 높이고 있어서다. 당장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물론이고, 중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을 현지 업체들에 빠르게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의 NCC 마진은 올 1∼11월 t당 248달러(약 33만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t당 301달러 대비 18% 하락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석유화학 업계의 어려운 상황은 숫자로 나타난 그 이상”이라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수익 급속 악화… 10곳 중 5곳 적자
“공급과잉 본격화… 중국시장 비상”
기업들 신규 프로젝트 중단 잇따라
LG화학은 최근 한 사업 부문에서 추진하던 신규 프로젝트를 대거 중단시켰다. 장기적인 투자를 담보할 수 없어서다. 이와 함께 전사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작업용 장갑을 세탁 후 재사용한다거나 이면지 사용을 권장하는 등이다. 전 직원 대상 잔여 연차 소진 독려도 예년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LG화학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석유화학 부문이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올해 2분기(4∼6월)까지 연속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이 기간 합산 적자액은 2300억 원에 달한다. 3분기(7∼9월) 370억 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4분기와 내년에도 흑자를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배터리 소재, 바이오 등 신규 투자를 위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가 흔들리자 기업 전체가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 효자 종목인 석유화학 산업이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동시 악재 때문이다.
10일 본보가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 10곳의 재무 상태를 분석(각 년 1∼9월 기준)한 결과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1년 11.5%에서 지난해 2.7%, 올해 0.8%로 급격히 나빠졌다. 롯데케미칼, DL케미칼, 이수화학, 효성화학, 대한유화 5개사는 올해 적자 상태다.
매출 대비 매출원가(원재료, 인건비 등)의 비중인 매출원가율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2021년 81.8%, 지난해 89.9%로 오른 데 이어 올해(91.4%)는 90% 선마저 넘겼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주로 원유에서 나온 나프타를 나프타분해설비(NCC)로 분해해 각종 화학제품과 기초원료를 생산한다. 화학제품과 기초원료는 일회용품, 필름, 가전 내장재나 부품, 자동차 내장재, 마스크나 장갑 등에 쓰인다. 고금리·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며 글로벌 전방산업 수요가 줄어들자 원자재를 공급하는 석유화학 업계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폭발적으로 늘었던 방역제품(마스크, 장갑) 수요도 대폭 줄었다. 미국, 중국 등 글로벌 부동산 경기 부진까지 겹쳤다.
여기에 중국 수요 부진이 결정타였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출의 39.1%를 차지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발 공급과잉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석유화학 시설을 대폭 증설하며 석유화학 자립률을 높이고 있어서다. 당장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물론이고, 중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을 현지 업체들에 빠르게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의 NCC 마진은 올 1∼11월 t당 248달러(약 33만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t당 301달러 대비 18% 하락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석유화학 업계의 어려운 상황은 숫자로 나타난 그 이상”이라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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