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사한테 치료 받아야 더 오래 살 가능성 높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04-23 17:12 수정 2024-04-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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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성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사망률과 재입원 비율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연구진에 따르면 특히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여의사의 치료를 받았을 때 건강상 이점이 많았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드, 더 타임스가 23일(한국시각) 보도했다.

미국 내과학회 학술지 내과학 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 여성 환자가 여의사에게 치료받았을 때 사망률은 8.15%였지만 남자 의사에게 치료받았을 때는 8.38%로 더 높았다. 연구진은 “임상적으로 중요한 차이”라고 봤다.

또한 여성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남성 환자의 사망률은 10.15%로, 남성 의사가 치료한 경우의 10.23%보다 낮았다. 연구자들은 퇴원 후 재입원 비율에서도 동일한 패턴을 발견했다.

여의사의 치료를 받은 여성 환자의 30일 내 재 입원율은 15.23%인 반면 남성 의사의 치료를 받은 여성 환자의 30일 내 재 입원율은 16.71%였다.

저자 중 한 명인 쓰가와 유스케 UCLA 데이비드 게핀 의대 부교수는 전문가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의료행위를 한다면 남녀 의사 구분 없이 환자의 치료 결과는 동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연구 결과는 여성 의사와 남성 의사가 의료 행위를 다르게 하고 이러한 차이가 환자의 건강 결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타낸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남녀 의사간 차이를 유발하는 몇 가지 요인을 제시하면서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의 질병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한 연구에서는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의 통증 수준, 위장관 및 심혈관 증상, 뇌졸중 위험을 과소평가하여 치료시기를 늦추거나 불완전한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연구원들은 또한 사망률 격차가 여성 의사가 여성 환자와 더 잘 소통할 수 있게 되어 환자가 핵심 정보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져 진단과 치료가 향상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여성 환자들은 민감한 검사를 받고, 여의사와 상세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사망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제안됐다.

연구자들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가 제공하는 의료행위의 차이점을 더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스케 부교수는 의사의 성별이 치료에 미치는 영향과 여성 환자에 대한 여의사 치료의 이점이 큰 이유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이뤄지면 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치료 결과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의사가 질 높은 진료를 제공한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따라서 여성 의사가 많아지면 사회적 관점에서 환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연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의료보험 제도)를 이용한 여성 환자 45만 8000여명과 남성 환자와 31만 9000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얻었다. 이중 여성 의사의 치료를 받은 환자는 31%였다.

영국 뉴캐슬 대학의 개빈 스튜어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튜어트 교수는 후향적 관찰 연구 설계를 사용했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한계점이라면서 혼란을 줄 가능성이 분명히 있는 만큼 추가 연구를 통해 확증되지 않는 한 이번 연구의 결론은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의 고통이 남성의 고통보다 훨씬 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는 여럿 있다. 과거 자료에 따르면 여성은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고, 효과적인 진통제를 처방받을 가능성도 남성에 비해 낮았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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