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학개미’ 보유 美주식 37조원 증발… 현대차 시총 맞먹어

강우석 기자

입력 2025-04-10 03:00 수정 2025-04-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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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전쟁 부메랑 ‘M7’주가 폭락… 30개 종목, 상호관세後 14.8조 줄어
서학개미 많은 테슬라 등 하락폭 커… “트럼프 한마디에 증시 휘청” 울상
“증시 혼란 지속… 추가 하락 우려”



직장인 서모 씨(38)는 국내 증시에 10년 동안 투자하다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해 작년 2분기(4∼6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다섯 종목의 미국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체 자산의 약 55%가 미국 주식인데, ‘관세 전쟁’의 여파로 보유 중인 종목들이 폭락하면서 다섯 종목의 수익률이 ―30%가 넘는 상황이다. 서 씨는 “미국 기업의 주가는 우상향한다고 해서 작년부터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마디에 증시가 이렇게 휘청일 줄은 몰랐다”며 “모든 주식을 팔고 아예 투자를 접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초 이후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이 37조 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자국 기업에 피해를 준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매그니피센트7’(미국의 주요 기술주·M7) 등의 주가가 폭락한 결과다.


● 美 주식 보관액 37兆 증발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868억6175만 달러(약 128조85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1121억182만 달러) 대비 252억4007만 달러(약 37조3880억 원) 줄어든 수준이다. 석 달여 만에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덩치가 큰 현대차 시가총액(37조2761억 원·9일 종가 기준)만큼의 자금이 증발한 것이다.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들은 매수한 종목을 장기간 보유하는 편”이라며 “이런 투자 성향을 고려할 때 미 주식 보관액이 줄어든 것을 ‘보유 주식의 평가손실 확대’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직후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미 주식 보관액이 급감했다. 7일 기준 미 주식 보관액 상위 30개 종목의 잔액은 595억6461만 달러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기 직전인 2일(695억5502만 달러)보다 99억9041만 달러(약 14조7968억 원) 줄어든 수준이다. 해당 기간 나스닥과 S&P500지수가 12%, 다우지수가 11% 떨어지며 유례없는 하락 폭을 나타낸 탓이다.

그중에서도 서학개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테슬라 관련 주식 보관액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닷새간 테슬라 보관액은 32억4707만 달러, 테슬라 주가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6억7302만 달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11억322만 달러), 애플(―7억6287만 달러), 나스닥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7억4730만 달러) 등의 주식 보관액 하락 폭도 컸다.


● “美 증시 추가 하락 우려”

전문가들은 미국의 상호관세가 9일(현지 시간) 발효됐지만 당분간 전 세계 증시의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관세 부과 방침을 통보받은 국가들이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 중이지만 이마저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WM혁신본부 상무는 “무역 분쟁 관련 관세 이슈가 장기화되면 경기 침체가 극심하게 올 수 있다”며 “미국의 소비가 둔화 추세고 고용도 (겉으로 봤을 때는) 견조하지만 세부 내용들이 좋다고 볼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한 투자자문사의 대표도 “미 증시가 회복되기 힘든 하락 국면에 진입한 터라 지금 주식을 사는 건 위험한 일”이라며 “저점 매수를 하고 싶지만 도무지 ‘저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6일 블로그에 기재한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 투자가 필요할 때’를 통해 서학개미들에게 분산 투자를 권한 바 있다. 이재민 한은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손실을 최소화하고 투자 이익을 안정적으로 쌓아가려면 (지금 같은)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여야 한다”며 “국내외 다른 종목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줄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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