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교량까지… 현장에서 조립해 짓는다

최동수 기자

입력 2024-05-14 03:00 수정 2024-05-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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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탈현장 공법’ 도입 활발… “건설 품질-생산성 문제 해결책”
삼성물산, 사우디 현지에 모듈러 공장… 현대건설 등 토목사업에 PC공법 도입
GS건설-DL이앤씨는 모듈러 주택… 대우건설-포스코E&C도 아파트 건설


GS건설의 모듈러주택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가 충남 당진 공장에 설치한 목조모듈러 샘플하우스. GS건설 제공
#1. 충남 당진에는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XiGEIST)의 목조 모듈러 주택 생산공장이 있다. 대지면적만 3만3000㎡(축구장 5개 규모)로 국내 목조 모듈러 주택 생산공장 중 가장 크다. 패널 재단부터 단열재 부착까지 거의 모든 공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한 뒤, 모듈러 유닛을 배송해 현장에서 조립한다. GS건설 관계자는 “현장 공정을 간소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였고, 시공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했다.

현대건설이 2019년 준공한 쿠웨이트 초대형 교량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쿠웨이트만 바다 위 인공섬에서 걸프만 바닷길 36.1km를 잇는 교량이다. 현대건설 제공
#2. 쿠웨이트만 바다 위 인공섬에서 걸프만 바닷길 36.1km를 잇는 초대형 교량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는 2019년 현대건설이 준공했다. 현대건설은 이 현장에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을 적용했다. 차량이 통행하는 상부를 별도 제작장에서 높이 4m, 길이 60m의 박스 거더(교량의 상부 구조물)를 이틀에 한 개꼴로 총 1000개를 사전 제작해 해상으로 이동, 일괄 설치한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탈현장 공법 관련 시장은 앞으로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고효율’이 건설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건설사마다 모듈러 공법, PC 공법 등 탈(脫)현장 공법(OSC·Off-Site Construction)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택부터 오피스 건물, 방파제, 교량 등 건축과 토목 분야에서 탈현장 기술 활용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모듈러 주택 경쟁 치열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은 국내 대형사들이 잇따라 진출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단독주택 시장에서는 GS건설 외에도 DL이앤씨가 지난해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국내 처음으로 ‘철골 모듈러(조립식)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준공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대우건설은 아파트 옥탑층 시공에 경기 파주시와 안양시, 부산 등의 푸르지오 단지 5곳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했다. 옥탑은 골조 공사의 마지막 과정으로 옥탑 공사를 빠르게 마쳐야 승강기를 이용한 내부 마감 공사도 앞당길 수 있다. 회사는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철골 모듈러 유닛을 공장에서 사전제작해 타워크레인으로 설치했다.

특히 모듈러 주택 기술이 도입 초기인 만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발주하는 공공주택 사업이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모듈러 전문 자회사인 포스코A&C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듈러 주택 사업인 ‘세종 6-3 생활권 통합공공임대주택(UR1·UR2)’사업을 진행 중이다. 7층 높이 아파트 4개 동, 총 416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DL이앤씨의 타운형 단지도 LH의 귀농·귀촌형 공공임대주택 사업이다. 오주헌 LH 공공주택본부장은 “탈현장 공법 정착을 위해 설계 표준화, 테스트 베드 제공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탈현장 공법이 건설 품질과 생산성 저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탈현장 기술 앞세워 해외 진출 속도

기술력 높은 해외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 에스토니아 최대 모듈러 제조 업체인 하르메트, 라트비아 모듈러 건축 전문 건설사 포르타프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모듈러 협력 관련 상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모듈러 주택 공장도 이미 설치한 상태로, 향후 네옴시티 건설 현장 직원들을 위한 주택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토목이나 플랜트 공사 때도 탈현장 공법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 수입 터미널(KLNG) 프로젝트에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공기를 6개월 이상 단축했다. 1.2km의 해상 접안 시설 중 해상 상부 구축물 500m를 사전제작된 모듈 12개를 조립해 설치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바닷가 근처라는 악조건에서 작업 속도를 높이는 데 획기적이었다”고 말했다.

공사 환경이 녹록지 않은 방파제 공사 때도 PC 공법이 활용되고 있다. 해상 작업의 특성상 작업이 가능한 날이 적고, 거푸집을 조립하거나 해체할 때 바닷물의 침투에 의한 작업 중단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현대건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방파제 상부 구조의 외벽을 PC 블록으로 제작해 거치한 뒤 이를 영구 거푸집으로 활용하는 부분 PC 공법을 현장에 적용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기가 약 30% 단축된다”며 “부유식 공항 등 새로운 항만구조물 시공에 PC 공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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