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밉게 잘만든 ‘렉서스 GS450h’…숨겨진 명車

동아경제

입력 2012-09-15 10:07 수정 2012-09-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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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과 안정성, 부드러움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자동차를 만들어온 도요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가 최근 주행 성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소비자가 더는 정숙성 등을 차 선택의 최고 기준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는 조용하면 더 좋겠지만 조금 시끄럽거나 거칠어도 주행 성능이 뛰어나고 연료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선호한다. 디젤엔진을 탑재한 독일 차가 잘 팔리는 것이 이런 소비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7월 국내에 출시한 신형 GS450h는 4세대 GS로, 렉서스의 수정된 전략을 잘 대변하는 모델이다. 기존 렉서스의 특성을 그대로 계승했지만, 초반 가속이 어지간한 스포츠카에 버금가고 코너링도 탁월하다. 여기에 단점이던 연비까지 잡아 독일 차와 경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 실내 인테리어는 호불호 갈릴 듯

차 이름이 GS450h라고 해서 4.5ℓ엔진을 탑재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GS350과 똑같은 3.5ℓV6 가솔린엔진을 장착하고 전기모터 2개를 추가로 달아 사실상 4.5ℓ엔진을 얹은 것과 똑같은 성능을 낸다는 뜻으로 450을 붙였다. h는 하이브리드를 의미한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소리나 진동 없이 계기판에 ‘레디(ready)’라는 빨간색 등이 켜졌다. 아직 가솔린엔진은 작동하지 않고 전기모터만으로 출발 준비가 끝났다는 표시다. 출발하려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차가 소리 없이 앞으로 움직인다. 이 차는 시속 40km까지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다.

신형 GS450h의 디자인은 이전 모델에 강렬한 이미지를 덧칠했다. 특유의 스핀들 그릴은 모래시계 모양을 가진 상단부와 여덟 팔(八) 자로 펴진 하단부를 하나로 통합해 역동적이면서도 간결한 느낌을 준다. 화살촉을 형상화한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과 클리어 타입 전조등은 한결 날카로워졌다. 측면과 후면은 이전 모델과 비교해 좀 더 세련되게 다듬었지만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다. 실내 인테리어는 운전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공조장치의 모양이나 배치, 대시보드 생김새가 조화롭지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 순간 속도 뛰어나고 고속에서도 힘 넘쳐

시승코스는 서울을 출발해 대전과 충남 보령을 돌아오는 왕복 600여km 구간. 도심과 국도, 고속도로가 골고루 포함됐지만, 하이브리드 차의 효과를 가장 확실히 경험할 수 있는 구간은 도로가 꽉 막힌 도심이다. 서울 도심의 40km/h 이하 저속 구간에서 주행모드를 에코(Eco)로 설정했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떼었다 하면서 엔진 작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전기모터 위주로 주행하니 순간 연비가 17km/ℓ까지 올랐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2.7km/ℓ로, 구연비로 환산하면 15.6km/ℓ이다. 이전 모델(10.3km/ℓ)과 비교하면 50%가량 향상됐다.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서면서 주행모드를 S플러스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깊숙이 밝았다. 움찔하는 순간도 없이 차가 미끄러지듯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몸이 시트에 파묻혔다. 하이브리드 세단치고는 반응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가솔린엔진에 전기모터 출력을 더한 시스템의 최고 출력은 345마력이며, 정지에서 100km/h까지 6.0초에 도달한다. 포르쉐의 4도어 스포츠세단 파나메라 S 하이브리드, 폭스바겐의 고성능 쿠페 시로코 R와 동일한 순간 속도다.

가속을 멈추지 않자 속도계 바늘이 순식간에 150km/h를 넘어가는 데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고속 영역에서도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크지 않았다.


# 커브길 쏠림 없고 핸들링 부드러워

신형 GS450h는 센터콘솔 앞에 자리한 동그란 다이얼을 돌려 에코(Eco), 노말(Normal), 스포트S, 스포트S플러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여기에 전기 힘으로 움직이는 EV모드를 추가해 상황에 따라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에코모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과 통풍 팬, 열선시트 등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S모드를 선택하면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면서 전기모터 개입을 극대화해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대전을 지나면서 일부러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들었다. 국도에서 커브길과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을 경험하려는 차원이었는데, 충남 청양 부근 고갯길에서 급커브길을 체험했다. 신형 GS450h처럼 고출력 후륜구동 차는 일반적으로 뒷바퀴가 밖으로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데, 이 차는 오르막과 내리막 코너링에서 모두 큰 쏠림 없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커브길에서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브레이크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 차체를 잡아주는 차체역학 통합제어 시스템(VDIM)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핸들링은 독일 차와 비교해 가볍게 세팅했다.


# E-CVT, 변속 충격 없고 부드러운 가속

하이브리드의 장점인 고연비 달성과 정숙성을 위해 전자제어 무단변속기(E-CVT)를 탑재했는데, 그 덕분에 변속 충격이 전혀 없고 부드러운 가속이 가능했다. 스티어링휠 뒤에 패들시프트가 자리해 스포트모드를 선택하면 실제로 기어변속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속도를 즐길 수 있다. 차량이 정지하면 자동으로 주차브레이크가 작동해 경사로에서 밀릴 걱정이 없다.

그동안 좁다는 지적을 받아온 트렁크는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구조 변경을 통해 465ℓ(이전 모델 300ℓ)까지 확장했다. 그 덕분에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2개를 동시에 실을 수 있을 만큼 넓어졌다. 한국 도로 조건에 최적화했다는 3D(3차원) 한글 내비게이션을 탑재했지만 조작은 불편했다. 스피커 12개로 구성된 299와트 풀 디지털 앰프는 저음과 고음 모두에서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판매가격은 8150만 원으로 이전 모델과 비교해 800만 원 내렸다.

신형 GS450h는 기존 모델에 비해 강렬한 패밀리룩을 갖췄다.
도요타 렉서스 신형 GS450h의 실내는 고급스러운 느낌이지만, 공조장치의 모양이나 배치 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변속 충격이 거의 없는 E-CVT를 장착한 신형 GS450h는 에코모드와 스포츠모드 등 주행 선택이 가능하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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