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공동사업으로 기술 개발·비용 절감 ‘두 토끼’ 잡는다

정미경 기자

입력 2022-10-24 03:00 수정 2022-10-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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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sight]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이 설립한 한국실내건축환경시험연구원(KASTI)에서 단체표준 인증제도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 한국제약협동조합이 조성한 향남제약단지에서 공동 시험 검사기관 운영. 공동 물류시스템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는 모습.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개별 중소기업의 자원과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 내는 기업 간 협업 플랫폼이다. 디지털 경제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으로 협동조합이 새로운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사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협동조합은 비회원을 통한 자본 조달이 제한돼 있어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본 조성이 쉽지 않았다. 2006년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회원의 공동사업 지원을 위해 공동사업 지원자금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보조금 지원 주체를 모든 중앙정부 및 지자체까지 확대한 데 이어 지난해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으로 정부 지원사업에서 소외됐던 협동조합의 중소기업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협동조합이 수행하고 있는 공동사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한국제약협동조합 ‘K-바이오’ 견인
한국제약협동조합은 개별 제약사인 조합원 상호 간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1964년 설립돼 많은 공동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1980년대 공장 수도권 이전 계획과 수도권 인구 분산 계획, 우수의약품 제조관리시설기준(KGMP) 제도 도입을 위한 제조시설 강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합은 경기도 화성에 20만 평 규모의 향남제약공단을 조성했다. 공단에 입주한 39개 제약사는 공해방지 시설과 공동관리 시설 등을 설치하고 친환경 사업장을 운영하며 양질의 제품을 싼값에 공급해오고 있다.

조합은 물적 유통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완제품 공동운송을 실시했고, 1995년 약품 원료의 공동 보관 및 공동 배송 물류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물류비의 30%를 절감해 연 5억 원 이상의 경비절감 효과를 거뒀다. 공동물류센터 구축을 위해 2020년 7월에 10개 제약사가 출자해 제약물류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경기도 평택 드림산업단지 내에 터를 잡았다. 물류비용의 2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단체표준 인증 1호’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은 국내 단체표준인증단체 제1호의 명성을 갖고 있다. 단체표준인증은 가정용 가구 제품에 대한 업체별 규격을 표준화해 단체표준으로 제정하고, 공장의 제조 능력 및 성능 시험을 평가해 적합한 경우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은 단체표준인증제도 운영과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한국실내건축환경시험연구원(KASTI)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투명한 운영을 위해 조합은 공평성 보장 선언을 실시했고, 시험 기관은 공인된 기관의 여러 인증을 통해 신뢰도를 보장받고 있다.

조합이 직접 운영하는 단체표준인증제도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정용 싱크대는 44개 업체가, 반침장과 현관장은 34개 업체가 표준규격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단체표준인증을 받고 3개월 이상의 생산 실적이 있는 인증업체의 경우 심사를 통해 우수 단체표준제품으로 인정받고 국가·공공기관·단체의 물품 구매 때 우선구매 대상으로 분류된다.

‘공동브랜드’ 경쟁력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은 경기도 파주에 펌프제조기업 협동화단지와 공동연구소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2013년 문을 연 유체기계연구소는 조합원사들이 개발하는 제품에 대한 설계와 예상 효율 산정 등에 도움을 주고, 개발 제품에 대해서는 KS 규정에 맞춰 제품 성능과 효율을 측정한다.

2020년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시행한 ‘협동조합 공동시설 스마트화 구축 지원 사업’에 협동조합 최초로 참여해 연구소의 소프트웨어도 개선했다. 기존의 아날로그 식 펌프 성능 측정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고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조합원사들이 연계하는 시스템까지 갖추게 됐다.

조합은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고 기술개발과 품질관리, 사후관리의 공동 시스템을 갖춰 판로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펌프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한 국내 대기업과 경쟁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공동사업을 통해 조합원사의 국내 판매 실적은 2011년 20억 원에서 2014년 103억 원, 현재는 매년 18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6개사에서 출발한 참여 조합원사도 2021년 말 기준 약 60개에 이른다.

한국주유소운영업 ‘공동구매 전용보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은 조합원인 주유소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2016년 설립돼 원유 공동구매 사업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의 원유 구매 물량을 모아 조합이 대량으로 공동구매를 하는 방식이다. 조합이 공동구매 사업을 시작한 후 5년 만에 매출이 크게 올랐다. 2019년 198억 원, 2020년 430억 원, 2021년 63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공동구매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게 된 데는 2018년부터 시작된 ‘중소기업중앙회 원부자재 공동구매 전용보증제도’가 큰 도움이 됐다. 유류 구매는 대부분 국내 정유사의 대리점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에서 영세 주유소는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을 수가 없어서 구매가 어려웠다. 조합은 중기중앙회 사업에 참여해 조합을 주축으로 기존에 신용 구매가 어려웠던 임차주유소도 신용으로 유류 구매를 할 수 있게 했다. 조합원사들은 공동구매 전용보증제도를 활용해 자금 융통의 어려움을 해소한 것이 공동구매 사업의 가장 큰 혜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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