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금요일 연차 신청’ 올렸는데…혈압 오르는 진짜 이유
동아일보
입력 2018-02-05 15:35 수정 2018-02-07 10:57








#1.‘쉼표 없는 삶’
#2.
‘남은 연차 늦지 않게 소진해 주세요.’
매달 반복되는 팀장의 공지다. ‘넵!’하고 답을 한 뒤 금요일 연차 신청을 올린다.
그런데 몇 번이나 숨을 골라도 혈압이 오른다. ‘거짓 신청’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엔 당연히 근무.
회사는 비용 줄이고, 팀장은 연차를 다 소진하면서도 성과를 올리는 유능한 팀장이 되고, 우린 휴가 때도 일이 우선인 애사심 넘치는 직장인이다.
정준익(가명·33) 씨에게 이런 ‘쉼표 없는 삶’은 6년째다.
#3.
정 씨의 아내이자 같은 회사 후배인 이수영 (가명·29) 씨도 마찬가지다.
광고대행사의 광고기획자인 부부의 주 업무는 ‘광고주 케어(care)’다.
“경쟁사 동향을 조사해 달라”
“새로운 광고 전략을 세워 달라” 는 광고주 요구를 수시로 받는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와 오늘 광고주 전화를 몇 통이나 받았는지 서로 비교하며 하루를 마감할 정도다.
#4.
광고주가 광고대행사 담당자의 휴가로 인한 업무 공백을 용인할 리 없다.
담당자마다 여러 광고주를 맡다 보니 업무 인수인계도 쉽지 않다. 자칫 계약이라도 끊어지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담당자가 진다.
정 씨 부부는 신혼여행부터 이런 현실을 혹독히 체험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트북을 챙겼고 인터넷이 잘 터지는 호텔을 예약했다.
#5.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신혼여행 5일 중 이틀간 노트북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광고주가 갑작스럽게 계약 내용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
관광 일정 등을 취소하면서 평생 한 번뿐이라는 허니문은 물거품이 됐다.
출근 첫 날 팀장은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재계약은 잘 해결됐느냐”고 물었다. 야속했다.
#6.
퇴근 후 아내가 눈물을 쏟았다.
가장 소중한 순간을 망쳤다는 생각에 한 번,
회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또 한 번 가슴이 먹먹했다.
“휴가 가는 것도 요령이 있어야 하는 거야. 광고주 때문에 휴가 못 간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라니까. 광고주를 잘 달래서 다녀와야지. 내가 언제 휴가 못 가게 했어?”
팀장이 술자리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다. 팀장의 입을 묶어버리고 싶다.
#7.
(2017 직장인 일생활균형 실태조사 그래프)
부부는 지난해 휴가 20일 중 7일밖에 쓰지 못했다.
그것도 3, 4일씩 쪼개 써야 했다.
부부의 꿈은 유럽 여행이다. 하지만 올해도 유럽 여행은 감히 꿈도 못 꾼다.
‘한 주’를 온전히 쉬어보는 게 소원이다.
팀장은 또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휴가 계획서 늦지 않게 올려주세요. 일이 몰리는 월초나 월말은 피해 주시고…’
올해 부부의 꿈은 이뤄질까.
#8.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bit.ly/balance2018)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18.02.05.(월)
원본I 서동일·유성열 기자
사진 출처I 동아일보 DB·뉴시스·Pixabay·FLATIOCON
기획·제작I 유덕영 기자·김채은 인턴
비즈N 탑기사
‘책 출간’ 한동훈, 정계 복귀 움직임에 테마株 강세
조선 후기 화가 신명연 ‘화훼도 병풍’ 기념우표 발행
붕괴 교량과 동일·유사 공법 3곳 공사 전면 중지
명동 ‘위조 명품’ 판매 일당 덜미…SNS로 관광객 속였다
“나대는 것 같아 안올렸는데”…기안84 ‘100 챌린지’ 뭐길래- ‘전참시’ 이연희, 득녀 5개월만 복귀 일상…아침 산책+운동 루틴
-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잠수함’ 기념우표 발행
-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음주운전’ 인천시의원 송치
- 학령인구 감소 탓에 도심지 초교마저 학급 편성 ‘비상’
- 상속인 행세하며 100억 원 갈취한 사기꾼 일당 붙잡혀
쿠팡 정보유출 공포…금융사기 막는 ‘이 설정’ 꼭 켜두세요
“월세 또 오르나” 임대시장 불안…보유세 인상 ‘조세 전가’ 우려
李, 오늘 손정의 만나… AI-반도체 협력 논의
中온라인몰 ‘한국인 계정 판매글’ 홍수…경찰, 인터폴 통해 삭제 요청
직장인 월급 3% 오를때, 근소세 9%-건보료 5% 올랐다- 10월 경상수지 68.1억달러 흑자…1~10월 896억 ‘역대 최대’
- “난 이미 서울 전셋집도 포기”…월급 5.5년 고스란히 모아야
- 40~50대 사망률 1위 간암…검진 때 꼭 봐야 할 ‘이 항목’
- “이러니 맨날 쪼들리지”…월급 3.3% 오를 때 소득세 9.3% ↑
- 50대 근로소득 첫 감소, 투잡 뛰는 가장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