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 무토 대사의 책을 반박한다

동아일보

입력 2017-06-13 17:18 수정 2017-06-1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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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토 대사의 책을 반박한다
“한국인이 아니라서 우리가 고맙다!!”


#.2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책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69) 전 주한 일본대사.

그는 자신의 책이 혐한(嫌韓)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맞습니다.
이 책은 혐한이 아니라 일본인의 우월감을 곳곳에 드러내고 있죠.

#.3
무토 전 대사는 한국인이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여러 차례 주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든 안하든 이런 표현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무례입니다.

책의 서장은 ‘문재인 크라이시스가 일한을 덮친다!’,
1장은 ‘최악의 대통령 문재인은 누구인가’입니다.

문 정권이 출범한지 얼마나 됐다고 위기이며 최악의 대통령일까요.
버젓이 그런 제목을 다는 건 전형적 책 선전 수법이죠.

#.4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취임 딱 1년 만인 2007년 9월 건강을 이유로 총리 자리를
내던지고 도망치듯 물러났습니다.

그런 아베가 2012년 말 총리에 다시 등극해 장수 총리가 될 것으로 예측한 일본인이 있을까요?
일본인이 총리를 잘못 뽑았다고 비판해야 할까요?
정치는 예측대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5
“촛불에 불을 붙이고 탄핵까지 달려가는 한국인을 보고 있노라면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저 공만 쫓아가는 어린이 축구팀을 떠올린다.”

그는 한국인이 박 전 대통령을 너무 쉽게 쫓아냈다고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도 똑같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실은 애써 무시합니다.
명백한 이중잣대죠.

촛불집회를 비판하며 북한 공작원이 관여했을지도 모른다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나옵니다.

#.6
물론 한국 내에서도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있습니다. 비판적 의견도 많죠.
그러나 외국인이 칼로 무 베듯 촛불집회의 의미를 잘라버릴 만큼 간단한 현상은 더더욱 아닙니다.

일본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이었습니다.
위안부 등 일본의 역사인식을 계속 비판한다고 ‘여학생 고자질 외교’라는 비난까지 들었죠.
그런데도 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둔갑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7
책 2장의 제목은 ‘집요한 반일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역시 명백한 과장입니다.

그가 사례로 든 것은 흔들리는 위안부 합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활동, 강제징용자에 대한 판결 등. 다 예전부터 부상해 있던 문제들이죠.

조직적 반일은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규모 반일시위는 사라진지 오래고 한일관계가 삐걱댄다고 수학여행이나 지방자치단체 교류를 취소하는 일도 없습니다.

일본인 출입을 금지하는 음식점도 일본인 탑승을 거절하는 택시도 찾기 힘들죠.

#.8
인구가 한국의 2.5배인 일본에서 지난해 한국에 온 관광객은 230만 명.
반면 한국에서 일본으로 간 관광객은 그 배가 넘는 509만 명.
올해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관광객은 처음으로 6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는 혐한 서적이 판을 치고 한국과 재일동포를 비난하는 Hate Speech가
만연합니다.
한국의 반일 광풍이 아니라 일본의 혐한 광풍을 걱정할 때죠.

#.9
그는 한국 사정이나 한국 대통령을 한국의 관점에서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로지 일본의 관점에서만 재단하려는 오만함을 드러냅니다.

일종의 우월의식이죠. 자국 중심의 관점과 우월의식은 곧잘 국익으로 포장됩니다.

무토 씨는 “세계는 한국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일갈했습니다.
맞습니다. 동시에 세계는 일본 중심으로 돌아가지도 않죠.


#.10
그의 책 제목이 자극적이라 비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동의합니다.
그가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고 한국 외교관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한국 외교관 중에는 아직 주재국을 비판하는 책을 낸 사람이 없는데
그 기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2017. 6. 13 (화)
원본| 심규선 고문
사진 출처| 동아일보DB·뉴시스·뉴스1
기획·제작| 하정민 기자·신슬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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