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책밖에 몰랐던 영원한 출판인 故 박맹호

하정민 기자

입력 2017-01-23 16:27 수정 2017-01-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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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릴 책'보다 '세상에 필요한 책'을 만들자
책밖에 몰랐던 영원한 출판인
故 박맹호(193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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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쓰기, 단행본 출판, 책 표지 디자인
이문열 한수산 최승호 등 한국 문단을 대표 문인 발굴 등
한국 출판문화를 정립하고 개척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22일 타계했습니다. 향년 8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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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청년
박맹호는 1966년 종로구 청진동의 한 옥탑방에서
민음사를 설립합니다.
민음(民音)은 '사람들의 올곧은 소리를 담는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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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내 출판업계는 일본 책 번역이나 전집 생산에만
치중했습니다. 하지만 고인은 양질의 인문학술서적
출간에 정성을 쏟았죠.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등
세계적 석학의 명저를 처음 소개한 사람이 바로 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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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분야에 공헌한 고인의 공은
국내 어떤 학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

"천체물리학 책을 내겠다고 하니 어떤 출판인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민음사에서 흔쾌히 책을 내자고 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홍승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고인 덕분에 한국이 일본 출판의 영향을 벗어나
독자적 출판 문화를 만들 수 있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1993년 민음사 입사, 2006~2014년 민음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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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을 제정하고 수상작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방식은 당시 획기적 발상이었는데요.
1977년 제1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한수산 작가의
'부초'는 그 해 80만 부가 팔렸습니다.
순수문학의 베스트셀러 시대를 연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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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천재가 쓰는 것이다.
나는 천재가 아니라는 걸 일찍 깨닫고 포기했다.
대신 천재 작가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겠다"

고인은 한수산·이문열 작가, 최승호 시인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거듭나는데
일익을 담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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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잔혹한 군사독재 시절 저항시를 쓰는
문인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는데요.

"1970년 대 나와의 친분 때문에
세무사찰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그는 나의 정신적 쌍둥이였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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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그의 남다른 리더십을 칭송합니다.

"한 번도 어떤 책을 내라고 일방적으로 지시받은 적 없다.
늘 실무자들의 제안을 신뢰하고 지지했다.
든든한 선장이어서 함께 일하며 늘 행복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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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식 수술 직후였던 2005년
45대 출판문화협회장 자격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고령에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해외출장을 마다하지 않았고
늘 쾌활한 얼굴로 남을 대했다"
고흥식 한국출판인회의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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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출판 사업자등록을 하고 무작정 인사를 드리러
민음사에 찾아갔다.
일면식도 없는 후배에게 '좋은 책 오래 내라'고 다독여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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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은 영원한 벤처사업이다.
요즘 출판업이 불황이라지만 50년간 늘 똑같았다.
출판인이 할 일은 좋은 책을 내는 것뿐이다.
그런 모험심이 사라질 때 출판의 역사는 끝난다"
박맹호 회장

한국 출판계의 거목
고 박맹호 선생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원본 | 손택균 기자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 · 이고운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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