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임상시험 지연 속출… 불똥 튄 바이오업계
최지원 기자
입력 2024-03-04 03:00 수정 2024-03-04 03:00
의대교수-전임의, 환자진료 투입
임상연구 심의할 위원회 못 열어
제약사 “시험할 환자 모집도 못해”
매출-투자 감소, 소규모업체 직격탄
![](https://dimg.donga.com/wps/ECONOMY/IMAGE/2024/03/04/123792940.2.jpg)
의료공백을 불러온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사태가 길어지면서 바이오·제약 업계에서도 임상 연구가 중단되거나 매출이 하락하는 등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2, 3년간 ‘투자 혹한기’를 견디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가 모두 환자 진료에 투입되면서 임상 연구가 중단된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임상시험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IRB는 병원 내 교수들로 구성된 위원회로 안전하고 적법한 임상시험인지를 심의하는 기구다. 기업이 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IRB를 통과해야 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IRB를 할 수 있는 교수들이 모두 환자 진료에 투입되다 보니 IRB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며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IRB에 막혀서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나온다”고 했다.
임상을 진행 중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교수들이 임상 연구를 할 시간적 여건이 안 되다 보니 환자 모집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곳도 있다. 국내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여러 대학병원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데, 대부분 환자 모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 역시 “글로벌 임상의 경우 임상시험 중 연구책임자(교수)와 의논해야 할 일이 많은데 파업 이후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임상 일정이 미뤄지며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기업의 몫이다. 임상시험은 윤리적인 이유로 환자 건수로 하지 않고 기간 단위로 비용이 책정된다. 기간 내 환자 모집이 이뤄지지 않아 임상 기간을 연장할 경우 인건비 등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기업이 지불한다.
대형 제약사는 사정이 좀 낫지만 최근 2년간 ‘투자 혹한기’를 견디고 있는 작은 바이오 기업들은 큰 부담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1년 1조6770억 원에 달했던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 규모는 2023년 6월 기준 3665억 원으로 줄었다. 하반기(7∼12월)까지 비슷하게 유지될 경우 한 해 투자 규모는 약 7330억 원 정도 수준으로 2021년 대비 약 4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관련 협회 관계자는 “임상을 통해 얻은 데이터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안 나오니 투자를 못 받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현재 2주 차인 전공의들의 이탈 사태가 3주만 넘어가도 작은 바이오 기업 대표들은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매출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국내의 한 대형 진단 기업은 전국 주요 대학병원 기준 진단 건수가 전공의 이탈 전보다 80%가량 줄었다. 환자에게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의 최종 확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전임의와 교수들이 환자 진료에 투입되며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건강 검진 비수기인 1분기(1∼3월) 매출은 대학병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타격은 더 크다. 국내 진단 기업의 대표는 “대부분의 진단 기업들이 건강 검진이 많은 하반기(7∼12월) 매출은 검사전문기관(수탁기관), 상반기(1∼6월) 매출은 대학병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올해 매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임상연구 심의할 위원회 못 열어
제약사 “시험할 환자 모집도 못해”
매출-투자 감소, 소규모업체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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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을 불러온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사태가 길어지면서 바이오·제약 업계에서도 임상 연구가 중단되거나 매출이 하락하는 등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2, 3년간 ‘투자 혹한기’를 견디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https://dimg.donga.com/wps/ECONOMY/IMAGE/2024/03/04/123792938.2.jpg)
임상을 진행 중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교수들이 임상 연구를 할 시간적 여건이 안 되다 보니 환자 모집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곳도 있다. 국내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여러 대학병원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데, 대부분 환자 모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 역시 “글로벌 임상의 경우 임상시험 중 연구책임자(교수)와 의논해야 할 일이 많은데 파업 이후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임상 일정이 미뤄지며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기업의 몫이다. 임상시험은 윤리적인 이유로 환자 건수로 하지 않고 기간 단위로 비용이 책정된다. 기간 내 환자 모집이 이뤄지지 않아 임상 기간을 연장할 경우 인건비 등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기업이 지불한다.
대형 제약사는 사정이 좀 낫지만 최근 2년간 ‘투자 혹한기’를 견디고 있는 작은 바이오 기업들은 큰 부담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1년 1조6770억 원에 달했던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 규모는 2023년 6월 기준 3665억 원으로 줄었다. 하반기(7∼12월)까지 비슷하게 유지될 경우 한 해 투자 규모는 약 7330억 원 정도 수준으로 2021년 대비 약 4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관련 협회 관계자는 “임상을 통해 얻은 데이터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안 나오니 투자를 못 받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현재 2주 차인 전공의들의 이탈 사태가 3주만 넘어가도 작은 바이오 기업 대표들은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매출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국내의 한 대형 진단 기업은 전국 주요 대학병원 기준 진단 건수가 전공의 이탈 전보다 80%가량 줄었다. 환자에게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의 최종 확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전임의와 교수들이 환자 진료에 투입되며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건강 검진 비수기인 1분기(1∼3월) 매출은 대학병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타격은 더 크다. 국내 진단 기업의 대표는 “대부분의 진단 기업들이 건강 검진이 많은 하반기(7∼12월) 매출은 검사전문기관(수탁기관), 상반기(1∼6월) 매출은 대학병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올해 매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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