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문화생활, 2030 제쳤다?

홍석호 기자

입력 2019-06-24 03:00:00 수정 2019-06-24 09: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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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83%가 “年1회 이상 영화 등 관람”… 다른 연령대보다 크게 높아
혼자 문화공연 관람 전 연령대 증가… 서울시민, 年6.8회 12만원 지출



#1. 주부 한모 씨(54)는 구청의 생활문화강좌 가운데 ‘영화 감상’ 과목을 듣고 있다. 최근 두 자녀가 모두 취직하고 나자 그동안 누리지 못하던 문화생활을 체계적으로 즐겨보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강좌에서 알게 된 또래 수강생들과 2주에 한 번 영화관을 찾는다. 한 씨는 미술관이나 연극 관람도 시도해볼 계획이다.

#2. 대학생 강모 씨(25)는 ‘영화 마니아’를 자처하지만 영화관을 찾지 않은 지 오래됐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집에서 인터넷TV(IPTV)로 보는 것을 선호한다.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미드’(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강 씨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유튜브의 영화 리뷰 채널을 찾아보고 댓글을 남긴다.

23일 서울문화재단의 ‘2018년 서울시민 문화 향유 실태조사’ 결과 50대 사이에 문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조사 결과 50대는 지난해 평균 6.7건의 영화 연극 공연 미술관 박물관 등 관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9세 이하의 관람 횟수와 같았다. 특히 ‘한 번 이상 문화생활을 했다’는 응답자가 83.1%로 29세 이하(66.2%)는 물론이고 30대(76.5%), 40대(77.7%)보다 높았다.

50대는 문화생활을 하면 ‘기분 전환’(78.5점·100점 만점)이나 ‘스트레스 해소’(82.2점) 효과가 크다고 느끼며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생각해 즐기고 있었다. 20대가 느끼는 기분 전환(68.6점)이나 스트레스 해소(67.7점) 효과보다 10점 안팎으로 높았다. 서울문화재단 측은 최근 20대가 영화관이나 공연장 대신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미디어 활용에 적극적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50대의 문화생활이 20대에 견줄 만해진 배경은 무엇일까. 남미진 서울문화재단 팀장은 “50대의 주축인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직장에서 은퇴를 했거나 앞두고 있다”며 “이들이 일 대신 문화 소비를 하는 계층으로 변하면서 문화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 팀장은 “일에만 몰두하던 한 50대 가장은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나 뮤지컬 관람을 선호한다’고 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은 지난해 평균 6.8건의 문화생활을 즐겼고 이를 위해 약 12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혼영’(혼자 영화 보기)같이 홀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2016년 조사보다 29세 이하(18.4%→25.9%)부터 60대(5.2%→9.3%)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늘어났다.

향유하는 문화생활의 장르 편식 현상은 뚜렷했다. 응답자 가운데 영화나 박물관, 연극 관람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비율은 각각 7.1%, 17.5%, 23.5%였다. 이들 가운데 앞으로 관람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83.7%, 49.4%, 61.1%였다. 반면 무용과 문학행사는 한 번도 관람하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74.0%와 74.6%였고 향후 관람 의향도 20.8%와 22.6%로 낮았다. 응답자들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기 어려운 이유로 비싼 티켓 가격(71.4%), 낮은 접근성(49.1%), 정보 부족(43.6%) 등을 꼽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서울시민 633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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