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도 침수된 적 없었는데”…광주 물난리 주민들 ‘분통’ 왜?

뉴스1

입력 2020-07-13 11:29 수정 2020-07-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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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전남지역에 최대 150㎜의 장대비가 쏟아진 13일 오전 광주 북구 중흥3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 앞 도로가 물에 잠겨있다.(독자 제공) 2020.7.13/뉴스1 © News1

“20년 살면서 이런 적 없었는데, 비 많이 오는 날에는 변기통에서 물이 올라와 잠을 못 자요.”

13일 광주 북구 중흥3동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폭우가 쏟아진다는 예보에 잠을 설쳤다.

지난 10일 집 하수구와 변기통에서 물이 차올라 동네 주택들과 도로가 한차례 침수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20년째 살던 한 주민은 “그동안 아무리 비가 많이 내리고 태풍이 오더라도 단 한 번도 침수가 됐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주택가에는 장대비가 쏟아진 이날 오전 6시20분쯤 또다시 물이 차올랐다.

집 마당이 침수되기까지 5분 채 안 걸렸고, 문 밖을 나서 도로 침수는 10분도 채 안 됐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물이 다 빠진 뒤 각 주택의 수도 계량기 뚜껑은 물에 다 떠내려가 없어졌고, 그 안은 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인근 가게들의 피해는 더 심했다.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는 김동원씨는 “가게 안에 물이 가득 차 컴퓨터와 냉장고, TV 등이 모두 고장났다”며 “홍보 팸플릿과 계약서마저 물에 젖어 못 쓰게 됐다”고 호소했다.

결혼중개업체 사무실도 마찬가지였다. 가게 안에 오물이 가득 차 물을 다 뺀 뒤에도 비가 멈추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물이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간판 가게를 운영하는 최준연씨는 “지난주 금요일(10일)에 이어 똑같은 상황이 발생해 침울하다”며 “어차피 비가 또 오니 물을 빼고, 흙과 오물로 가득한 바닥을 닦아도 소용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이같은 비 피해가 인근 아파트 공사현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사 도중 기존에 있던 하수관로를 빼고 작은 하수관로를 사용하면서 ‘비 피해’를 입었다는 것.

지난 10일 교체된 하수관로는 쏟아지는 비를 소화하지 못하고 결국 터져 도로와 주택, 가게 등이 침수됐다. 당시 13가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과 자치구에서 물을 빼주고 방역까지 해준 상황이었으나, 하수관로가 해결이 안 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실은 아파트 지역주택조합과 공사 관계자도 인정하고 대책을 논의중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아파트 측의 대책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과 보상이 없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 북구청 관계자는 “자세한 피해 상황을 조사 중이다.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하지 않겠냐고 건설조합 측에 전달했다”며 “재발 방지 배수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전남기상청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강수량은 구례 피아골 185.5㎜, 함평 월야 167.5㎜, 담양 166.5㎜, 여수 164.9㎜, 고흥 도양 158.5㎜, 나주 154.5㎜, 장성 153.5㎜ 등이다.

광주는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면서 143.6㎜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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