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의 기준이 깐깐해진다[윤희웅의 SNS 민심]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입력 2020-07-06 03:00 수정 2020-07-06 11:2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일정 수준의 온라인 검색률을 보이는 단어들이 있다. 날씨, 미세먼지, 맛집, 교통 상황 등이다. 인천국제공항도 그중 하나였지만 코로나19로 공항 이용이 줄면서 검색률도 낮아지는 추세였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진 이른바 ‘인국공’ 논란이 주목 받으면서 검색률 추이에 대반전이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 지난 1개월간 중앙지, 지역종합지, 방송사 등 44개 언론사의 기사를 분석해 연관어들을 살펴보았다. 단연 ‘일자리’가 가장 많았다. 어떤 조사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물으면 ‘일자리 창출’이 첫손에 꼽히는 시대다. 이번 인국공 이슈도 일자리 문제여서 더 주목 받았다.

청년들, 공기업, 취업준비생이라는 단어들이 상위에 올라 있다. 공기업이라는 안정된 일자리를 준비하는 청년들, 취업준비생들의 반발이 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미래통합당, 청와대 국민청원, 하태경, 정치권, 청와대 일자리수석, 김두관 의원 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적 공방이 벌어졌고, 주요 정당 및 정치인들 사이에 기자회견, 페이스북을 통해 설전이 일었다.

연관어 중에 특히 눈에 띄는 단어는 ‘불공정’과 ‘역차별’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이 불공정하고 역차별이라는 주장으로 보인다.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게 우리 사회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차별을 막는 해법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기류가 확인된다.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검토에 대해 물었는데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팽팽하게 맞섰다. 우선 ‘역차별 우려 등 부작용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을 보류해야 한다’에 공감하는 응답이 45.0%로 나타났다. 아울러 ‘장기적 고용 체계 변화를 위해 정규직 전환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에 공감하는 응답도 40.2%였다.

양쪽 의견이 균형 있게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렇게 높아진 건 주목할 점이다. 특히 20대에서는 ‘정규직 전환 보류’ 응답이 55.9%로 전체 평균 응답보다 더 높았다.

기성세대는 결과가 정의로우면 공정하다고 봤다. 불안한 비정규직이 직업과 관련해 안심할 수 있도록 정규직화하면 좋은 일이라고 간주했다.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일부 선수들이 올림픽에 못나서더라도 남북 단일팀을 만들면 좋은 일이라고 보았다. 즉, 결과의 공정성을 중시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좀 다른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경쟁하는 환경에 익숙해져서인지 결과보다는 과정과 절차의 정의를 더 중시한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과정에서 수긍이 안 가는 일이 있으면 불공정하다고 보는 듯하다. 한층 더 깐깐해진 젊은층의 공정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 과제가 정부나 기성세대에게 주어졌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