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이어온 차로 사찰 밖 세상과 소통할 것”

하동=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5-06 03:00:00 수정 2022-05-0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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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차로 미래 여는 쌍계사
신라시대 차나무 시배지 쌍계사… 고산스님이 보존 힘쓰며 다맥 유지
지난달 열린 ‘선차문화대축전’
전통 차 문화 쉽게 즐길 수 있게 들차회-명전희 등 행사 마련


‘불식촌음(不息寸陰·잠시도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말라)’의 삶을 추구했던 전 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

“고려시대에는 차 문화가 흥하다가 조선시대에 와서는 불교탄압으로 발전을 멈췄고, 일제 강점기에는 차나무 시배지가 짐승들의 놀이터가 됐다. 은사 스님의 다맥(茶脈) 복원에 이어 오늘의 대축전을 열게 됐다.”

지난달 25일 경남 하동 쌍계사에서 만난 고산 스님의 맏상좌이자 주지인 영담 스님의 말이다. 지난해 입적한 전 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은 1975년 이 일대가 차나무 시배지(始培地·식물을 처음 심어 가꾼 곳)임을 알고 보존에 힘썼다.

쌍계사는 선교율(禪敎律)과 차(茶), 범패(梵唄)의 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차는 전통사찰과 세상을 연결하는 쌍계사의 미래다.

경남 기념물 제 61호로 지정된 차나무 시배지. 쌍계사 제공
이날 영담 스님은 차 시배지를 둘러보며 “이곳을 예비군 훈련장으로 쓰게 하려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며 “은사 스님이 차를 쌍계사의 미래 자산으로 여겨 시배지를 지켜내고 번듯하게 보존했다”고 말했다.

쌍계사 일대에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 김대렴 공이 왕명으로 차나무를 최초 식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 시배지에는 진감·초의·만허 선사에 이어 고산 스님으로 전해지는 쌍계사 다맥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기념비가 여럿 들어서 있다. 이날도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시배지를 둘러보는 이가 적지 않았다.

고산 스님은 생전 차를 즐기고, 그 기쁨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시배지 근처에는 스님의 글 25수가 조형물에 새겨져 있다. ‘번다한 일과 잡념에 차를 마시면/망령된 생각이 쉬고 마음이 안정되도다/일이 많아 어려움이 많음에 차를 마시면/만사를 모두 쉬고 몸이 안락하리라.’

지난달 열린 다맥전수법회 입재식. 쌍계사 제공
지난달 22∼24일 성공적으로 진행된 ‘2022 진감·초의·만허 선사 선차문화대축전’은 쌍계사가 차를 통해 사찰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행사였다.

이 축전은 쌍계사 다맥 전수식을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며 22일 ‘제20회 다맥 전수법회 입재식’으로 문을 열었다. 불교식 의례에 이어 신라다례, 조선다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23일에는 차나무 시배지 일대의 야외에서 즐기는 들차회, 24일에는 경내 팔영루에서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박동춘 소장의 주관으로 고려시대 가장 아름다운 차문화 행사로 알려진 명전희(茗戰戱)가 개최됐다. 영담 스님은 “차와 관련한 전통을 잘 살리되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쉽고 다양하게 차를 즐길 수 있도록 차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일과 선(禪), 차를 하나로 여겼던 고산 스님의 가르침이 은은한 차향을 닮았다. ‘홀로 앉아 차 마심에 만사를 쉬게 하고/둘이서 차 마심에 시간 가는 줄 알지 못하고/셋이서 차 마심에 문수보살의 지혜가 생겨나고/여럿이서 차 마심에 태평성대를 논하도다.’

하동=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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