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G 장비, 美서 1조원대 수주

송충현 기자

입력 2022-05-04 03:00 수정 2022-05-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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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美 5G 공급중 두 번째로 커
이재용, 작년 ‘디시’ 창업주와 만나
단둘이 등산하며 글로벌수주 성사
캐나다-뉴질랜드 시장도 공략나서


삼성전자가 미국의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 네트워크’의 대규모 5세대(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5G 통신장비 공급 프로젝트 중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삼성전자는 3일 디시 네트워크에 미국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5G 가상화 기지국과 다중 입출력 기지국을 포함한 통신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주액은 약 1조 원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2020년 9월 버라이즌과 맺은 7조9000억 원 규모 계약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1980년 위성TV 서비스 기업으로 설립된 디시 네트워크는 2020년 미국의 전국 무선통신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라이선스를 얻은 뒤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했다.

디시 네트워크에 공급하는 5G 가상화 기지국은 전용 하드웨어(HW)에서만 가능한 네트워크 기능을 소프트웨어(SW)를 통해 범용 서버에서 구현하는 장비다. 주파수 자원을 상황에 따라 할당할 수 있고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12월 업계 최초로 미국에서 대규모 5G 가상화 기지국 상용화에 성공한 뒤 영국, 일본의 주요 통신사와도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수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9월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찰리 에르겐 회장과 가진 ‘북한산 미팅’에서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공식 만남 하루 전날 등산 애호가인 에르겐 회장에게 ‘깜짝 산행’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직접 차량을 운전해 에르겐 회장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가 북한산까지 단둘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5시간가량 수행원 없이 등산하며 이번 수주를 사실상 확정지은 것으로 안다”며 “5G를 파운드리, 바이오 등과 함께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수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는 차세대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글로벌 상용 역량이 집약된 5G 가상화 기지국을 통해 통신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존 스위링가 디시 네트워크 최고운영책임자(사장)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우수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통신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5G 기술 혁신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디시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발판 삼아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신규 시장으로도 5G 사업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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