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물주’ 시대 끝? 꼬마빌딩, 강남 부자들도 손절나선 까닭

정서영기자

입력 2022-04-07 19:35 수정 2022-04-0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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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DB

#1. 올해 2월 매물로 나온 서울 용산구 갈월동 인근 꼬마빌딩.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역세권에, 공실도 없지만 3달 째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최근 금리가 올라 매매대금 55억 원 중 70%를 대출받으면 매년 이자만 1억5000만 원에 이르게 됐다. 반면 이 건물의 임대 수익은 연간 2400만 원 선. 연 수익률로 치면 0.44%에 그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그간 빌딩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감으로 임대수익이 낮아도 매수자가 나섰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전했다.

#2.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꼬마빌딩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하철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지만 4달 째 매수자가 없다. 70억 원짜리 건물을 매입하려면 연 이자만 2억 원에 이르지만 임대 수익은 2000만 원을 밑돈다.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는 “리모델링까지 해서 임대료를 높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타산이 안맞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에 따른 대체재로 자산가들의 각광을 받았던 꼬마빌딩 시장이 최근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임대료 수익이 저조한데다 대출금리까지 오르자 1년 사이 거래량이 반토막이 났다. 꼬마빌딩 소유주는 ‘갑(甲)물주’로 통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7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연면적 1000㎡ 미만 서울 꼬마빌딩 거래량은 총 360건으로 전년 동기(788건)의 절반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꼬마빌딩의 3.3㎡당 실거래가는 지난해 1분기 6376만 원에서 지난해 4분기 7871만 원으로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올해 1분기 7823만 원으로 떨어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엔 매수자가 넘쳐 건물주가 계약 당일 매도액을 갑자기 높이거나 연락이 두절된 사례가 속출했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는 그간 급등한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리인상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 자산가들도 이젠 ‘빌딩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여긴다”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보통 연 3% 대였던 꼬마빌딩 수익률이 최근 1~2%로 떨어졌다”며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며 건물주가 손해 보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했다.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각종 규제 완화 기대감 때문에 6월 지방선거까지 버텼다가 그 이후 호가를 낮춰보겠다는 건물주들이 많다”고 전했다.

강남구 강남역, 마포구 홍대입구역 등 핵심 상권과 다른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빌딩중개법인 에이플러스리얼티 이진수 전무는 “코로나19가 잦아져도 상권 회복까지는 시일이 걸린다”며 “임대 수익이 버텨주는 인기 상권을 제외한 지역은 거래가 얼어붙고 빌딩가격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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