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반기 든 이재명…文정부 약점 건드리며 차별화

최혜령 기자 , 박효목 기자

입력 2021-12-19 18:08 수정 2021-12-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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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기조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당장 23일로 다가온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 발표가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내부 우려 때문이다.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과 연동되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 은퇴한 60대 이상 연령층 표심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단독주택 공시가 인상 폭이 발표되면 내년 3월 나올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 인상 폭도 대략 추산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 직전까지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야당이 ‘배우자 리스크’로 휘청할 때 민생 현안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與 취약층인 수도권, 60대 겨냥
이 후보는 18일 페이스북에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을 수행해서는 된다. 국민이 원하고, 국민행복에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앞서 자신이 제안한 양도세 중과 유예안에 대해 즉각 반대하고 나선 청와대와 정부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여권에서는 부동산 시장 과열로 공시가 급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시가와 연동된 재산세와 건강보험료가 덩달아 오르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은퇴한 수도권 60대 이상 연령층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페이스북에 “영향이 큰 제도부터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유사한 ‘조정계수’를 신속히 도입하자”며 공시가와 연관된 68개 제도에 순차적으로 조정계수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것도 이 맥락에서다.

다만 이 후보가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전체를 건드리는 대신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들고 나온 건 당청이 함께 만든 로드맵까지 불과 1년 만에 뒤집을 경우 정부여당 전체에 대한 책임론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금 부과기준을 매길 때 쓰이는 비율로 올해 재산세에는 60%가 적용됐다. 이 비율을 조정하면 사실상 세금을 깎아주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공시가격 동결 등은 부작용이 많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과 함께 재산세율 하향 조정 등도 함께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 李-靑, 엇갈리는 부동산 해법
현 정부 방침과 거꾸로 가는 민주당에 대해 청와대는 “또 다른 정책 전환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대선 후보는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이 후보 발언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삼갔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 소통·정무·정책 라인이 총출동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음에도 이 후보가 계속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공시지가 현실화 기조까지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이 후보가 무리한 각세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당청 갈등이 표면화될 것을 감수하고도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힌 건 현 정부 기조를 바꿀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결국 이 후보가 현재 권력인 문 대통령을 향해 반기를 들고 나선 셈”이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당청 갈등이 이어질 경우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등 문 대통령 리더십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양도세와는 달리 공시지가 재검토와 관련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로선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철저하게 현 정부와의 선 긋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라며 “이미 현 정부의 정책은 실패했다는 게 시장에서의 결과물로 드러난 만큼 객관적으로 비판하기에 부담이 없는데다, 이 후보 특유의 시장친화적 메시지를 강조하기에도 적합하다”고 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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