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백신 국내 조기공급 성과… 물밑에서 삼성 뛰었다

서동일 기자

입력 2021-10-27 14:33 수정 2021-10-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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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직접 TF 챙기며 ‘정중동(靜中動)’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21.10.14/뉴스1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물밑 지원이 26일 모더나 백신 243만5000회 분의 국내 조기 도입 결정에 실마리 역할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말 화이자 백신 확보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 부회장의 ‘정중동(靜中動)’ 행보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8월 가석방 출소 한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백신 문제 해결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백신 확보뿐 아니라 장기적인 ‘바이오 주권’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한 것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을 맡은 모더나 백신의 안정적인 대량 생산 및 인허가 절차를 앞당기는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더나 측과 신뢰를 쌓기 위해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모더나 측 최고경영진을 소개받았고, 8월에는 화상회의를 통해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인 백신 생산을 통한 신뢰관계 구축,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양사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라며 “이후에도 양사는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홍보관에 주사약을 담는 병이 전시돼 있다./뉴스1 © News1
최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비구축, 품질평가법 등 생산을 위한 기본 바탕은 갖춘 상태였지만 인허가, 안정적 대량 생산 체계 구축 등의 난관에 봉착해있었다. ‘mRNA 백신’을 처음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안정적인 대량 생산이라는 목표 자체가 만만치 않은 과제였고 생산 이후 인허가, 출하시험 등의 일정 등도 모두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 시기 삼성그룹의 기술 및 경험을 집중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 삼성바이오에피스 최고 경영진들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를 직접 구성했다. 생산 공급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주말은 물론 추석 연휴에도 수시로 컨퍼런스콜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장의 필요에 따라 각 계열사에서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들이 투입돼 생산성과 인허가 절차의 효율을 극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팀은 생산 초기 낮았던 수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았고, 삼성전자 반도체 및 관계사는 까다로운 이물질 검사 과정에 노하우를 전했다.

삼성 관계자는 “생산 현장부터 최고위 경영진까지 ‘모더나 백신 안정적 조기 생산’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자는 의지가 컸다”라며 “이 부회장, 사장단 TF, 생산 현장으로 이어지는 ‘모더나 백신 생산 협업 체제’를 통해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이 연말에서 10월로 앞당겨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화이자 백신 확보 시기에도 물밑에서 지원하며 조기에 국내 백신 도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3분기(7~9월)로 예정된 화이자 백신 도입 시기를 2분기(4~6월)로 당기기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백방으로 뛰던 때 이 부회장은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이자 최고위층과 한국 측 인사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는 12월 22일 화이자 고위 관계자와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이 참석한 화상회의로 이어졌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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