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품귀’ 속 중고차 수출 호황… 코로나 이전 실적 초과

서형석 기자

입력 2021-10-04 14:48 수정 2021-10-04 14:4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8월까지 인천항 車 운반선 입항 2019년 연간 능가
신차 생산차질·좋은 가성비로 한국산 중고차 인기



‘한국산 중고차’를 찾는 해외 수요가 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생산과 판매가 주춤한 가운데 국산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해외 소비자들이 늘면서 중고차 수출 규모와 물동량 모두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4일 관세청과 인천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중고차 수출량은 33만155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4660대보다 47.5% 많았다. 이 기간 중 중고차 수출 물량의 대부분인 승용차는 26만1847대로 2020년 17만5293대는 물론 2019년 22만9444대를 크게 상회했다. 중고차업계는 올해 400만 대 돌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국내 거래량에 이어 수출 또한 이전 최고치인 2019년 46만8829대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수출 시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창궐로 거래량이 줄며 부진했다.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거래 관계자들의 이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실적을 뛰어 넘는 건 물론 코로나19 이전을 능가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천항에는 올해 1~8월 자동차 운반선 153척이 입항했다. 2019년과 지난해 연간 각각 123척, 104척이 입항한 것보다 많다. 월별로 입항 선박 수가 한 자리수로 떨어진 적은 올해 한 번도 없었다. 인천항은 많은 중고차 물량이 있는 수도권에 있어 올해 1~8월 88.2%를 비롯해 매년 국내 중고차 수출량의 90%를 처리하고 있다.

국산 중고차의 수출 호황은 국산 차의 품질 향상과 세계적인 신차 품귀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고차 시장에 나오는 차량 중 국산 차의 성능과 편의사양이 대폭 개선된 2010년대 출시 차종이 늘었고, 미국 및 유럽차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가솔린과 디젤 모델 모두 배기량이 1500~2000cc인 소형 차종이 올해 중고 승용차 수출의 65%에 이르는 등 일상생활에 쓰기 편한 차가 많은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은 리비아, 칠레, 요르단, 터키, 이집트 등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의 총 136개 국으로 이뤄졌다. 이들 국가의 구매력을 고려했을 때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대가 알맞은 한국산 중고차가 제격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신차는 반도체 부족으로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의 생산차질이 계속되며 9월 해외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줄어드는 등 소비자들이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호황은 국산뿐 아니라 일본산 등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중고차수출협동조합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1~7월 중고차 수출은 71만12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많았다. 일본은 세계에서 25%뿐인 우측 운전대 채택 국가의 중고차 수출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지난해 106만 대 등 매년 100만 대가 넘는 중고차를 수출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중고차 수출 호황에 맞춰 중고차 야적장을 추가 확보하고, 인천항 일대의 원활한 중고차 수송을 위한 도로 개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