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로 대인기피증… 가려움만큼 주변 시선 고통스러웠죠”

홍은심 기자

입력 2021-09-29 03:00:00 수정 2021-09-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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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현 중증아토피연합회 부대표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인 최정현 씨는 아토피피부염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한 치료를 통해 현재는 직장인이자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우회의 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매년 9월 14일은 세계 아토피피부염의 날이다. 국내 아토피피부염 환자 수가 약 100만 명에 달하지만 단순한 피부 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은 올바른 치료를 방해하고 환자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자가면역 질환이다. 환자들은 극심한 가려움증 등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55%는 주 5일 이상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3명 중 1명은 불안,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한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증상과 이를 보는 주위의 편견으로 아토피피부염이 악화기에 접어들면 환자의 절반가량은 사회활동을 기피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인 최정현 씨(26)는 어린 시절부터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이후 스테로이드 치료를 지속할 수 없게 되면서 증상이 심해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사계절 내내 긴 옷과 마스크를 착용하며 대인기피증까지 경험했다. 중증아토피피부염에 새로운 약들이 출시되면서 다시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됐고 꾸준한 치료를 통해 대학 졸업 후 현재는 중증아토피연합회 부대표 활동과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최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증아토피피부염으로 인한 고통과 올바른 인식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홍은심 기자=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한다면. ‘토피둘기’라는 닉네임은 무슨 뜻인가.


▽최정현 씨=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 토피둘기 최정현이다. 현재 중증아토피연합회 부대표로 활동 중이며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토피둘기라는 닉네임은 ‘아토피’와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모든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평화롭게 살았으면 해서 닉네임을 그렇게 지었다.

▽홍 기자=아토피가 처음 발병하고 심해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

▽최 씨=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있었다. 7세 이전에도 부모님과 피부과에 다녔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주로 팔, 다리가 접히는 부분에 증상이 있을 뿐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후 청소년기부터 점차 증상이 심해졌고 고등학교 때 가장 증상이 심했다.

▽홍 기자=아직도 아토피피부염을 단순 피부질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느 정도인가.

▽최 씨=아토피라고 하면 단순한 피부병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중증 환자들이 가지는 고통은 상당하다.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환부를 긁으면 진물이 나고 출혈이 있기도 하는데 옷이 피범벅이 되기도 하고 진물 냄새도 심해 불편한 점이 많다. 환부가 가렵거나 따가워 잠에 들지 못하는 일이 많고 잠에 들어도 중간에 깨는 일이 반복되면서 수면장애를 겪기도 한다. 나의 경우 증상이 심하게 올라오면 잠을 하루에 2∼3시간 이상 자지 못하고 이마저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해 고통이 너무 컸다.

▽홍 기자=평생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겪으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사춘기와 학창 시절은 어땠는가?

최 씨는 고등학교때 연극을 하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사진은 당시 활동 모습.
▽최 씨=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에 증상이 가장 심해 스트레스가 컸다. 고등학교 때는 피부가 붉다 못해 시커멓게 될 정도였다. 환부에서 진물과 피가 나고 따가운 증상들로 학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온몸을 긁어야 했는데 다른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학교에 가는 것이 싫었다. 샤워를 할 때 거울에 비치는 상처로 가득한 모습이 너무 싫어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씻은 적도 있다. 또한 병원 치료 때문에 조퇴를 하거나 결석하는 날도 많아 학업에 어려움도 있었다.

환우회분들 중에도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낸 분들이 많다. ‘더럽다’, ‘옮는다’, ‘괴물이다’라는 얘기를 들으며 왕따를 당한 분들도 있고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고등학교를 자퇴하게 된 분들도 생각보다 많다. 처음 본 선생님들이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갛냐’, ‘술을 마셨느냐’고 물어보는 일도 있었다.

▽홍 기자=현재 중증아토피연합회라는 국내 최대 아토피피부염 환우회의 부대표를 맡고 있고 유튜브를 통해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아토피피부염 질환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최 씨=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 같이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는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치료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2018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신약을 처음 투여할 때였는데 당시 해외에는 치료 후기가 많았지만 국내에는 후기가 없었다. 내 이야기를 통해 다른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컸다. 앞으로는 아토피피부염 환자분들의 건강과 인식 개선에 관한 내용을 풀어나갈 계획이다.

▽홍 기자=중증아토피피부염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아직 많다고 들었다. 우리 사회가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최 씨=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정부 측에서 캠페인 등을 진행해 아토피피부염이 가벼운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또한 아토피피부염 신약이 개발되면서 치료 환경이 좋아졌고 최근 더 많은 신약이 개발되며 환자들의 선택지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신약에 대한 보험급여 기준을 조금이라도 완화해 줬으면 한다. 또 중증아토피피부염은 소아·청소년 시기에 특히 더 힘들다. 하루빨리 아이들의 신약 치료에도 보험 급여가 이뤄졌으면 한다.

▽홍 기자=마지막으로 환우회 부대표로서 아토피피부염으로 고민하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 씨=나에게 아토피피부염은 악몽과 같았다. 처음엔 무지했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슬퍼하고 분노했다. 그러나 좋은 치료법들이 계속 개발되고 치료 환경도 더욱 좋아지고 있다. 터널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는 말을 진심으로 해 드리고 싶다. 또 중증아토피연합회에 오시면 많은 정보를 얻어 가실 수 있으니 커뮤니티에도 꼭 방문해 보시면 좋겠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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