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옥좨 집값잡기? 전월세값 더 뛸 수도”

김호경 기자

입력 2021-05-27 03:00 수정 2021-05-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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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세제혜택 축소 추진에 우려




서울 노원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강모 씨(35)는 2018년 말 가게 인근 오피스텔을 전세로 구했다. 보증금은 9000만 원으로 시세보다 2000만 원가량 낮았다. 전세가 싼 편이었던 것은 집주인이 시군구에 등록한 임대사업자였기 때문이다. 등록 임대사업자는 최소 4년인 임대의무기간 동안 세입자가 바뀌더라도 임대료는 직전보다 5% 넘게 올릴 수 없다. 공인중개사는 강 씨에게 “운 좋은 세입자”라고 했다.

지난해 말 보증금 5%만 인상하고 재계약한 강 씨는 이곳에서 가능한 한 오래 살 생각이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폐지 방안이 현실화하면 강 씨는 내년 말에는 집을 비워줘야 할 수도 있다. 집주인이 오피스텔을 팔 경우 매도 시점에 따라 재계약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정책, 세입자에게 불똥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 옥죄기’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6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건데 오히려 결과는 매물이 잠기고 특혜가 조세도피처로 됐다”고 밝혔다.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세제 혜택을 없애 매물을 팔도록 압박하자는 여당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여당은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주택을 6개월 내 팔지 않으면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혜택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7·10대책’에 따라 의무임대기간이 4년인 단기 주택과 8년인 아파트는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자동 말소된다. 지금은 자동 말소 이후 언제 팔더라도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등록한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등록 임대주택도 일반주택과 동일하게 과세하겠다는 뜻이다. 세금으로 임대사업자들이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주택을 팔도록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 “전·월세 시장 더 불안해질 우려”
문제는 이런 방안이 현실화되면 애꿎은 세입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임대사업자가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고 주택을 팔 때 기존 임대차 계약 기간이 6개월 넘게 남고 매수자가 실거주를 원한다면 기존 세입자는 꼼짝없이 집을 비워줘야 한다. 계약갱신 요구권은 잔여 계약기간이 6∼1개월 남은 시점에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처분 시점에 따라 재계약을 하고 2년 더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임대료를 대폭 올려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등록 임대주택은 지난해 전·월세 가격 급등기에도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해 시세보다 크게 저렴하다. 시세의 절반 수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팔지 않고 버텨도 세입자들에게 불똥이 튀게 된다. 종부세가 대폭 늘어난 만큼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면 임차인의 주거 안정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부작용 우려 때문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등록 임대주택은 최장 12년까지 거주가 가능하지만 일반 주택은 최장 4년뿐이라 세입자의 주거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세보다 싸게 장기간 거주할 수 있던 등록 임대주택까지 줄면 전·월세 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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