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90년대를 입는다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4-30 03:00 수정 2021-04-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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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누볐던 패션-식품 브랜드 화려한 귀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딸 이원주 양이 착용해 화제가 된 챔피온 후드티.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딸인 고등학생 이원주 양(17)이 브이로그 영상에 ‘챔피온’ 로고 후드티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챔피온’은 타미힐피거 등과 함께 1990년대에 국내에서 유행했던 미국 캐주얼 브랜드다. 로고가 들어간 베이직 후드티 판매가는 7만5000원. 재벌가답지 않은 ‘소박한 패션’으로 이슈가 됐지만, 사실 요즘 MZ세대가 선호하는 패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타미힐피거
챔피온, 타미힐피거, 스톰처럼 9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브랜드들이 최근 젊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복고 스타일’에 열광하던 MZ세대가 이제는 90년대 유행했던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기 시작해서다.

○ MZ세대, 90년대 캐주얼 브랜드에 열광

폴로 랄프 로렌
로고 중심의 캐주얼인 일명 ‘폴로 스타일’은 90년대 젊은 층에게 큰 인기였다. 2000년대 들어 절제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컨템포러리 스타일’이 대세가 되며 유행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90년대 브랜드 매출은 2030고객의 유입으로 다시 껑충 뛰고 있다.

한섬 타미힐피거 3월 매출은 전년 대비 41% 신장했다. 그중 20, 30대 신장률은 63%로 가장 높았다. 폴로셔츠로 유명한 랄프 로렌 코리아는 올해 멤버십에 가입한 2030 고객이 전체의 5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챔피온은 올 초부터 지난 주말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늘었다.

MZ세대는 그날 자신의 코디를 뜻하는 OOTD(Outfit of the day)를 SNS에서 즐겨 인증하는데 이 코디에도 90년대 브랜드가 단골로 등장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랄뽕룩(랄프 로렌 뽕 맞은 룩)’ 해시태그로 3만 건이 넘게 검색된다.

업계에선 지속 가능성이라는 MZ세대의 가치가 뉴트로 열풍과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미국 캐주얼브랜드들은 기본적인 로고 티셔츠나 셔츠 등 특별히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베이직한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과 가치소비를 이유로 오래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MZ 소비자의 경향이 뉴트로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추억 속 브랜드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직구나 중고 거래도 늘고 있다. 분당구에 거주하는 방주연 씨(24·여)는 얼마 전 친구 세 명을 모아 폴로 랄프 로렌 셔츠를 2주 기다려 직구했다. 방 씨는 “폴로 특유의 스타일이 눈에 들어왔다”며 “해외 아동용 셔츠는 성인용 셔츠의 반값이라 남자아동용 큰 사이즈로 샀다”고 말했다.

○ 음식, 콘텐츠로 확산되는 ‘MZ 파워’

스톰
소비력을 갖춘 데다 SNS 등으로 기업에 직접 의견을 표출하는 MZ세대는 적극적으로 과거 브랜드나 상품을 살려내기도 한다. 올해 식품 업계에선 단종됐던 제품이 재출시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의 어린 시절 소풍 ‘필수템’이었던 팔도의 ‘뿌요소다’가 이번 달 24년 만에 다시 출시됐다. 지난달 소비자 요청으로 재출시한 오리온 ‘와클’은 월 매출이 2006년 단종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패션 업계에서는 90년대 서태지, 소지섭이 즐겨 입으며 인기를 끌었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스톰’이 MZ세대를 겨냥해 24년 만에 다시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 소비자들은 최근 패션을 넘어서 음식, 콘텐츠 등 전반에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개진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미국 캐주얼브랜드 ‘리(Lee)’처럼 과거 유행했던 몇 개의 브랜드가 무신사 등에서 다시 인기 끌고 있다”며 “소비자 의견에 따라 입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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