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하게 될 기아만의 다이내믹 구현…2030년 티어1 전기차 회사 되겠다”

서형석기자 , 변종국기자

입력 2021-03-16 04:00 수정 2021-03-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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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사명 바꾼 기아 송호성 사장 인터뷰
“글로벌 IT기업과 비교 불가 경쟁력 가져”
출시 다소 늦어도 ‘초일류 전기차’ 최우선
선진-신흥국 쌍끌이로 10년 뒤 400만대 판매 목표


송호성 기아 대표(사장)가 10일 서울 서초구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1월 선보인 새 로고를 설명하고 있다. 송 대표는 “새 로고를 적극 알리고 싶어 로고 색상에 맞춘 옷을 골랐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023년 텔루라이드급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겁니다. 기아의 전용 전기차(내연기관차로는 선보이지 않는 차종) ‘EV 시리즈’의 최상위 차종이 될 것입니다.”

이달로 취임 1년을 맞은 송호성 기아 대표(사장)는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텔루라이드는 기아가 미국 전용으로 출시해 인기를 모은 대형 SUV이다. 송 사장은 텔루라이드급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우리가 기대하는 모든 게 있는 차”라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근 기아의 로고와 사명을 바꾼 데 이어 티어1(최상위) 전기차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상세히 밝혔다.

기아의 미국 시장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 기아 제공


● “좋은 전기차 앞세워 세계 초일류 될 것”
송 사장은 대형 전기 SUV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SUV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소비자가 실내 공간을 어떻게 경험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1회 충전 시 운행 거리가 510㎞냐, 550㎞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500㎞를 넘고, 충전소가 늘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을 거예요. 오히려 차 안에서의 생활, 공간적 경험이 매우 중요해질 겁니다.”

새로 선보이는 텔루라이드급 전기차에는 기아 최초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이 담길 예정이다. 내비게이션뿐 아니라 차량 성능까지 무선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사람 개입 없이 주행하는 레벨3 자율주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OTA에서 차량 성능까지 바꾸는 ‘무선 펌웨어 업데이트(FTOA)’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정도만 하고 있을 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FTOA를 전기차 시대의 핵심 기능으로 꼽고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 사장은 “이 차로 국내에서도 텔루라이드급의 소비자 수요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향후 기아에서 출시될 전용 전기차 'EV 시리즈'의 스케치를 소개하고 있다. 기아 제공



향후 선보일 EV6의 고성능 버전에 대해서는 “3초대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의 스포츠카, 퍼포먼스 버전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 아이오닉5에는 없는, 기아만의 다이내믹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차를 보면 ‘와우’하게 될 겁니다. 퍼포먼스까지 보여줄 거에요. 테슬라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못지않은 차가 나올 겁니다.”

송 사장은 2030년 세계시장에서 전기차 88만 대를 팔아 티어1 전기차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아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합쳐 약 260만 대다. 송 사장은 “2030년 선진시장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250만 대, 신흥시장에서 150만 대를 파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선진시장에서는 전기차 전환 수요에 대응하고 신흥시장에서는 충전 기반, 구매력 등을 감안해 계속 내연기관차로 시장을 공략한다. 송 사장은 “선진시장에 공급되던 내연기관 물량을 신흥시장으로 돌리면 두 시장에서 모두 성장이 가능하다. 전기차 전환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동력원을 전기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성과 성능 모두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2030년이면 세계에서 전기차 1500만 대가 팔릴 겁니다. 기아의 글로벌 점유율 목표는 6%입니다. 전기차 11종을 꾸릴 건데 세단부터 SUV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차종을 갖추게 될 겁니다.”

기아가 이달 중 공개할 첫 전용 전기차 'EV6'. 기아 제공



● “MZ세대 타깃 마케팅 강화할 것”
전기차 브랜드 마케팅은 미래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송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시장에 대해 “앞으로 3, 4년간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상이 이때 결정된다는 것이다. MZ세대 마음을 잡고자 e스포츠 후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 핵심사업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두고는 “차에서도 집에 있는 것 같은 공간 활용성을 구현하기 위한 사용자경험(UX)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PBV는 물류, 사무, 숙박 등 자동차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생활에 맞춘 차를 만들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서비스까지 마련하는 것이다. 회사 이름에서 ‘자동차’를 빼며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의지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100년 넘게 컨베이어 벨트로 대표됐던 자동차 산업의 소품종 대량생산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역점사업 ‘수소’와 관련해서는 기아만의 시간표를 공개했다. 송 사장은 “기아는 군수차, 특수차 먼저 수소차를 내놓고 2028년 일반 소비자용(B2C) 수소차 출시를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기아와 현대차 모두에게 전기차는 중요한 사업이지만, 현대차가 수소 생태계의 성장을 함께 준비하는 동안 기아는 수소차 출시가 다소 늦더라도 ‘초일류 전기차’를 최우선 사업 방향으로 정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에서 전기차를 제외한 영역들에서 기아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묻자 “그건 오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아도 로봇, 수소,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모두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함께 지분을 갖고 있는 사업인걸요. 기아이기에, 기아만이 할 수 있는 사업과 서비스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송 사장에게 미국 등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반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내는 상황에 대해 “걱정되지 않냐”고 물었다. 송 사장은 “자동차는 무엇보다 안전과 품질이 생명”이라며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것이 기아가 전기차를 잘 만들 수 있는 이유”라고 답을 대신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올해 1월 '뉴 기아 브랜드 쇼케이스'에서 새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설명하고 있다. 기아 제공


● 지난해 큰 성과… 올해 전략 차종도 기대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빚는 자동차 반도체에 대해 송 사장은 “‘다다음달’ 계획을 못 세우는 상황이지만, 7월부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분기(1~3월)는 무사히 버텼지만, 4월부터는 바짝 긴장하는 것이다. 송 사장은 “관련 임직원들을 해외 공급처로 급파하고, 매일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며 “다행히 완성차 재고 부담이 적은 기아는 ‘팔리는 차’에 반도체 수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중국에서의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뭉치) 공급 중단으로 공장가동이 멈춘 걸 계기로는 관련 부품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기도 했다.

기아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여러 완성차업체들이 2019년과 비교해 16% 이상의 판매 감소율을 보일 때 소매 기준으로 5.5% 줄어드는데 그쳤다. 송 사장은 “2019년 3.2%였던 기아의 세계 점유율이 2020년에는 오히려 3.7%로 늘었다”며 “완성차시장에서 0.5%포인트 증가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불황 속에서도 기아는 텔루라이드, 셀토스 등을 앞세우며 판매장려금(마케팅비용)을 낮추고, 판매가격이 올라간 덕분에 매출,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다. 올해도 EV6를 비롯해 세단 K8, SUV 스포티지의 후속 차종 등을 앞세워 연간 판매량을 30만 대 이상 늘릴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스포티지는 기아의 해외 최다 판매량을 세우는 차종으로 기대가 크다.

송 사장은 기아 프랑스법인장과 유럽법인장을 거친 ‘유럽통’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해외 출장을 다니며, 세계 시장을 누볐다. 송 사장은 “유럽에서의 경험은 상품기획, 디자인과 관련해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1년 넘게 사실상 막힌 건 송 사장의 기아 근무 중 처음. 송 사장에게 코로나19 이후의 자동차 수요에 대해 물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려있는 신차 수요가 코로나19 종식 후에는 폭발적인 구매 증가로 이어질 것입니다. 구매력이 있는 선진시장에서 그동안 여행을 비롯한 큰 소비를 못해 답답했던 심리가 터져 나오는 거죠. 실제 분석해보면 기본 구조가 같은 차더라도 옵션(추가 사양)을 최대로 넣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기아는 그걸 기회로 보고 ‘기아의 차’에 들어가는 디자인 철학, UX 등을 잘 구성하는 ‘기아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고객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려 합니다.”

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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