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로 옮겨 붙은 전세난…전세금 5년만에 최대폭 상승

정순구기자

입력 2021-01-05 18:36 수정 2021-01-0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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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빌라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5)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올 3월 전세 재계약 때 보증금을 5% 인상할 예정‘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2년 전 결혼할 때 낸 전세 보증금은 2억3000만 원이었다. 재계약을 하려면 115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이 씨는 ”결혼 당시 아파트를 포기하고 빌라로 들어올 때만 해도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빌라 특성상 보증금 인상 걱정이 덜 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파트 전세난 여파가 빌라를 향하고 있다. 단기 급등한 아파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빌라로 이동하면서 수요가 늘자 집주인들이 전월세 상한제 상한선(5%)만큼 임대료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빌라(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는 0.18% 올랐다. 이는 직전 월(0.18%)과 같은 수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월별 빌라 전세가 상승률은 상반기(1~6월)까지만 해도 0.03%를 넘긴 적이 없다.

전세가 상승세는 지난해 7월 말 임대차2법 시행을 전후로 시작됐다. 일례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을 작년 5월에서 올해 2월로 미룬 황모 씨(32)는 신혼집을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3월 신혼집으로 염두에 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전용면적 47㎡ 빌라 전세금 시세는 원래 2억 원 초반 대였지만 최근 2억 원 중반으로 올랐다. 황 씨는 ”결혼이 미뤄지면서 같은 빌라에 수천만 원을 더 주고 들어가게 생겼다“고 했다.

예년만 해도 빌라 전세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상승폭이 크지 않았는데 전월세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서민층이 타격을 입고 있는 셈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센터 부장은 ”세입자를 보호하겠다고 인상률에 상한선을 둔 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른 전세 매물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빌라 월세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달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의 월세통합가격지수는 0.06% 오르며 전달(0.05%)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이 같은 상승률은 12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빌라 임대료가 오르면서 매매가격도 오르고 있다. 12월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0.18%로 2015년 11월(0.1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정순구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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