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업 복원’ 결렬에 기아차 또 ‘파업’…한국지엠도 안갯속

뉴스1

입력 2020-12-10 07:22 수정 2020-12-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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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협력사 모임인 협신회가 19일 오전 한국GM 본사 서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열고 호소문을 배포했다. (협신회 제공) © 뉴스1

기아자동차 노조가 ‘잔업 30분 복원’을 두고 사측과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또다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9일부터 사흘간 부분파업을 재개하면서 생산 손실 규모는 3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지엠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냉각기를 끝내고 교섭을 재개했지만, 노조가 해고 조합원복직, 징계철회 등을 교섭테이블에 올리면서 원점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사는 지난 7일, 8일 이틀 동안 진행된 2020 임단협 제15차 본교섭에서 잔업 30분 복원을 놓고 8일 자정까지 마라톤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교섭이 결렬됐다.

그간 사측은 잔업 복원은 실질적 임금 인상 요구와 다를 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가 강경태도를 고수하자 잔업 복원을 수용하는 대신 퇴직자에 대한 차량 구입비 지원을 축소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노조는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이날부터 11일까지 예정된 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잔업 30분 도입과 퇴직자 차량 구입 지원이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교섭결렬로 노조는 당초 예고했던대로 9일부터 11일까지 1,2조 각 4시간씩 하루 총 8시간 부분파업을 한다. 오는 11일엔 5차 쟁대위를 열어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는 이번 노조의 추가 부분파업으로 약 6000대에서 8000대 이상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앞서 노조의 1~2차 파업으로 2만5000여대 생산차질이 발생했는데 추가 파업으로 생산손실 규모가 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선 한국지엠(GM)의 임단협 교섭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일주일 만에 교섭을 재개했지만, 서로의 분위기만 살피는 정도에 그쳤다.

노조에 따르면 4개월이 걸려 마련한 지난 잠정합의안에 부평공장 조합원들이 주축으로 반대한 이유는 2022년 이후 부평2공장에 대한 미래발전 방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지엠 3개 공장(부평1·2공장, 창원공장) 중 부평2공장은 설비투자 및 신차배정 계획이 없었다.

아울러 노조 집행부도 잠정합의안이 한 차례 부결된 만큼 ‘플러스알파’를 얻어내기 위해 해고 조합원 복직, 조합원을 상대로 한 징계 및 손해배상 청구 철회 등 기존 요구안을 다시 교섭 테이블에 올리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노사 간 힘겨루기가 또다시 이어지면 한국GM의 위기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임단협 타결이 내년으로 밀릴 경우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 손실을 만회할 기회조차 사라진다. 지난달 한국GM의 판매 실적은 반 토막이 났다. 노조 부분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 손실은 3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GM 고위급 임원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스티브 키퍼 미국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지난달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GM) 노조가 생산 라인을 인질로 잡으면서 단기적으로 큰 재정적 타격을 입고 있다”며 “노조 파업으로 인해 신규 투자는 물론 한국에 대한 신차 배정까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이 한국을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며 “GM은 연간 약 5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중국을 포함, 아시아에 다른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2018년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원을 출자 받아 향후 10년간 국내 공장을 유지하기로 약속한 상태지만, 부분파업이 반복되자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위기감이 커지자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7일 사무직 및 현장의 전 직원에 담화문 형식의 입장을 전달하며 노사가 더는 손실과 갈등 없이 2020년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2014년부터 5년간 누적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한 한국GM은 지난해에도 적자를 내며 수익성과 유동성이 악화한 상태다. 노조가 이달 말까지 부분파업을 이어갈 경우 발생하는 생산 손실은 2만2000여대로 추산된다. 한국GM은 상반기 코로나19로 6만여대의 생산 손실을 봤다.

완성차 공장 협력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수직계열화된 국내 자동차 산업 구조상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 감소는 곧 협력사의 위기를 뜻한다.

실제로 한국지엠 협력사들은 한국GM 공장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사는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며 조속히 임단협 교섭을 끝내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GM 협력사 모임인 협신회 관계자는 “한국GM 노조의 부분 파업이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경우 생산 목표 대비 51%에 달하는 2만23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직원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협력사가 속출하고 있고, 사업을 포기하는 2, 3차 협력사도 늘고 있다. 지체하지 말고 협상을 타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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