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새로워지는 ‘홈술족 상차림’

박선희 기자

입력 2020-11-12 03:00 수정 2020-1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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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추천-구독 서비스 인기
코로나로 ‘집에서 한잔’ 확산
와인-맥주 등 취향 따라 배달
제품군 다양한 전통주 특히 활발


직장인 A 씨는 한 달에 한 번 스스로를 위한 ‘작은 사치’를 누린다. 잘 포장돼 도착한 택배를 열면 매달 새로운 와인이 있다. 전문 업체에서 취향에 맞춰 골라주는 제품이다. 퇴근 후 느긋이 와인을 즐기면서 A 씨는 단순히 술이 아니라 낭만을 구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독 서비스 영역이 확장되면서 ‘술 구독’이 인기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뛰어들었는데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잦아지면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외부 술자리가 힘들어지자 집에서 나만을 위한 작은 술자리를 갖는 문화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이다.

주종은 우리나라 전통주부터 와인, 수제맥주 등 다양하다. 가격대도 다양하고 종류가 많아 특정한 테마나 독자의 취향에 맞춰 추천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종류와 산지가 다양한 만큼 제품마다 스토리가 있고, 일반 소비자로서는 구하기 어려운 것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전통주 분야에서 술 구독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전통주는 다른 주종으로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려면 거쳐야 하는 신분 확인 과정이 필요 없다. 그 덕분에 ‘술담화’ ‘술을 읽다’ ‘우리술한잔’ 같은 업체들이 생기고 있다.

이재욱 술담화 대표는 “한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상품을 경험하는 것이 구독 서비스의 본질인데 2000종 넘게 유통되는 전통주는 이에 적합한 주종”이라며 “이름만 전통주일 뿐 사과로 만든 블렌디 약주, 오미자 와인, 전통 허브 진 등 제품이 다양해 구독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 업체는 올 들어 지난해보다 정기 구독자 수가 8배 이상 늘었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 업체들은 생산 방식과 지역 특색 및 역사 문화 환경 이야기, 잘 어울리는 안주 등을 담은 책자도 함께 제공한다. 미역부각, 황태쥐포 등 우리 농산물로 만든 안주나 요리 레시피도 곁들여진다. 전통주 소믈리에가 ‘매화’ ‘커피’ ‘가족’ 등 테마에 맞춰 정해준 술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통 한 달 3만 원대에 2, 3병이 배송된다.

‘퍼플독’처럼 매달 인공지능(AI)이 개인 취향에 맞춰 선별한 와인을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도 있고, 배상면주가의 ‘홈술닷컴’은 안주와 함께 막걸리를 보내준다.

누군가에게는 ‘컴플레인(민원)을 걸어야 할 제품’이 누군가에겐 ‘인생 술’이 되는 게 취향의 세계. 같은 술을 배송해도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그래도 연말에는 파티 분위기 나는 샴페인 계열이 잘 어울린다. 이 대표는 “오미자나 국내산 포도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나 막걸리라면 연말 어느 자리에서나 무난하다”고 추천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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