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사료 초창기엔 말고기로 만들었다

노트펫

입력 2020-05-19 09:10:53 수정 2020-05-19 09: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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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고기와 그렇게 친숙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제주도에 방문한 김에 별미로 먹어본 것이면 모를까, 일상적으로 말고기를 섭취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죠. 그런데 강아지 사료의 역사는 사실 말고기의 역사와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현재 '건사료'라고 불리는 반려동물용 사료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최초로 현대식 사료를 고안해 낸 사람은 미국의 제임스 스프랫 (James Spratt)으로, 영국에 머무는 동안 강아지들이 사람들이 먹다버린 비스킷을 먹는 걸 보고 건사료를 고안해냈다고 합니다.


1800년대 중후반 처음으로 선을 보인 강아지용 상업사료는, 인간이 먹고 남은 음식물 등을 주로 개에게 먹이던 당대의 시대상에서는 상당히 혁신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듯 사료에는 주로 축산부산물이 사용되었지만, 그래도 먹다 남은 음식물보다는 여전히 위생적이고, 보관도 쉽고, 영양학적으로도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새롭게 나타난 강아지 사료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빠르게 판매됩니다.

그런데 세기를 넘어 1900년대 초반이 되자, 원래 말을 먹지 않던 유럽과 미국에 난데없는 말고기 산업이 등장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역사 속 주요 사건들이 결부되어 있는데요.

첫째로는 산업혁명과 함께 자동차가 급속히 보급되며 말이 운송수단으로서의 위치를 잃어버렸고, 둘째로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다른 육류들이 전쟁물자로 급속히 소비되어 버린 것 때문이죠.

전쟁의 고비 동안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서구권 시민들은 별 수 없이 말고기도 소비하긴 했지만, 전쟁이 끝나자마자 다시 말고기는 남아돌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이 남은 말고기를 처리하기 위해 강아지용 말고기 통조림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강아지를 위한 말고기 통조림은 현실적인 판단이었겠지만, 미국의 역사 속에서 개 만큼이나 시민들과 가까웠던 말이 고기로 도축되고 소비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현재도 말은 개와 고양이에 이어 세번째 반려동물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말고기 통조림의 상업적인 성공에 분노한 프랭크 리츠(Frank Litts)라는 사람은 심지어 말고기 포장 공장에 폭탄 테러를 시도하려고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죠.

1930년이 되자 강아지 뿐만 아니라 고양이용 통조림도 시판되기 시작하며, 반려동물을 위한 상업용 사료는 주식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됩니다. 더불어 사료의 주요 원료는 목축산업 발달과 함께 닭고기와 소고기로 바뀌어가게 됩니다.

처음 강아지용 사료가 나온 지 100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새 반려동물의 영양 균형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진일보하고,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도 크게 늘어났죠.

소고기나 닭고기류에 알러지가 있는 반려견을 위해 특이한 원료를 사용해서 사료를 제작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늘날 말고기를 원료로 제작한 사료나 통조림은 더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강아지 사료의 주요 원료는 원래 말고기였답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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