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미술의 긴밀한 협력…“대덕 과학미술대회, 차세대 과학예술 플랫폼”
대전=지명훈기자
입력 2019-11-25 09:53 수정 2019-11-25 11:23
과학자들은 암흑물질 등 일부 생소한 과학 주제에 대해 미리 개념을 설명해 이해를 도왔다. 미술 전문가들은 회화적 완성도와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들을 직감적으로 잡아내면서 과학자들과 함께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도 살폈다. 심사에 참여한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는 “과학적 주제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해석했는지, 그 의미를 예술로 얼마나 잘 풀어냈는지 두루 감안했다”고 말했다.
심사가 열린 10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KAIST 학술문화관 정근모 콘퍼런스 홀. 심사를 맡은 김정호 KAIST 교수가 “심사장까지 걸어오면서 분석적 사고를 예술 모드로 바꾸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심사 전 커피타임에선 AI 응용 전문가인 김 교수가 “AI도 창작을 한다”며 두 분야가 공히 관심가질 화제를 던졌다. 그는 “AI든, 유전자(DNA)든, 인간이든 창조하는 방식은 마찬가지다. 이제껏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실제로는 진화기간 학습에 의해 기억된 것이다. 인공지능도 학습을 통해 미술 음악 문학 작품을 창작 할 수 있다”고 했다.
미술전문가인 강미정 서울대 강사는 “진화된 알파고도 결국 계산을 잘하는 것이고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로 움직인다. 인간의 사고는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동의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발전된 AI의 내부는 블랙박스다. 이미 데이터 없이도 스스로 학습하는 경지에 왔다”고 받았다. AI의 최고 경지가 창작일 것이라는 데에는 양 측 모두 이견이 없었다.
일부 작품은 과학자의 눈을 통해 진가가 드러나기도 했다. 흔한 소재로 취급해 지나칠 뻔한 토성 모양의 그림은 “주제가 ‘전자현미경으로 바라본 세상’이니 다중우주론을 설명하는 그림”이라는 소중호 기초과학연구원 선임기술원의 주장으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참가 학생들은 주제를 한 달 전 미리 선택해 충분히 학습한 뒤 그림으로 표현했다. 주최 측은 주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참가자들이 해당 연구기관의 과학자에게 질의를 하거나 연구기관을 직접 찾아가 현장체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심사 결과 인공지능과 지구의 미래, 우주생활, 드론, 바이오, 분석장비, 가상현실, 슈퍼컴퓨터, 생활 속 표준, 암흑물질, 화학의 미래, 인공태양, 한의학, 로봇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수상자가 나왔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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