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진정한 기업가정신은 독선 아닌 열린 마음”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 조진서 기자

입력 2019-06-05 03:00:00 수정 2019-06-05 0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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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진, 항공택시 스타트업 검증
모든 것 주도하려는 투철한 신념… 조직의 창의성-민첩성 떨어뜨려
외부상황 주시-사업모델 개선 등… 끊임없는 적응노력이 성공 이끌어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주변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은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첨단 산업에서 활약하는 스타트업이라 해도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반대로 거대 중견기업이라 해도 스타트업 못지않게 민첩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와 보스턴대 연구진은 스타트업을 이끄는 창업자의 강한 신념과 투철한 기업가정신이 조직의 창의성, 민첩성, 변화 가능성을 오히려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미국 항공택시 분야의 4개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검증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항공택시는 승객을 소형 비행기에 태워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대형 항공기들이 사용하는 대형 공항은 피하고, 그 대신 작고 한적한 비행장을 거점으로 삼아 탑승 수속 시간을 줄이는 것이 장점이다. 2000년대 이후 북미와 유럽에서 항공택시 스타트업이 여럿 설립됐으나, 각종 규제와 높은 비용 등의 문제로 아직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도심의 고층빌딩 옥상에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기를 사용하려는 항공택시 스타트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연구진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미국 내 주요 항공택시 스타트업 4곳의 창업자 4팀은 성향이 반으로 갈렸다. 두 곳의 창업자들은 스스로를 ‘혁명가’로 묘사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항공택시 산업의 구조와 경쟁 원칙을 만들고,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고, 지금과는 다른 변화된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항공택시라는 파급력 있는 신산업을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보니 자신들이 미리 세워둔 사업 모델에 집착하는 경향도 있었다.

반면 다른 두 곳의 창업자들은 스스로를 ‘발견자’라고 간주했다. 이들은 외부 상황을 주시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적 기회를 찾아다녔다. 또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항공택시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이었으며 여러 업체가 서로 힘을 모아 규제 변화 등 외부 불확실성에 대응하려 노력했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지속적으로 바꾸고 다듬어 나갔다.

물론 이 연구는 단지 4개 스타트업만을 관찰한 결과일 뿐이다. 또 5년, 10년 후 이 4개 업체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혁명가 유형의 창업자들은 산업 생태계를 자신이 결정하고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순교자적 신념과 자기 확신이 강할 수 있고, 그런 경우 회사가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설립자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새로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강한 믿음, 어떤 어려움과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이뤄내겠다는 불굴의 의지는 기업가정신이 아니라 독선과 아집일 수 있다.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큰 틀에서 주변과 협력해 나가려는 열린 마음이 진정한 기업가정신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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