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빠진 그대, 뇌섹남녀 돼볼래?

신동진 기자

입력 2018-10-31 03:00 수정 2018-10-3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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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도서관-출판사 등 SNS 활용 2030 끌어안기
뉴욕도서관, 인스타그램 활용… 고전소설 디지털 콘텐츠로 꾸며
전자책 서비스… 접근성 높여, ‘신나는 책읽기’ 유튜브 동영상
매일 詩 올리는 앱도 인기… IPTV는 증강현실로 동화 서비스


아이들이 본인의 얼굴, 목소리, 그림을 담아 자신만의 TV 동화책을 만들 수 있는 SK브로드밴드의 ‘살아있는 동화’. SK브로드밴드 제공
“안녕 마음아 많이 바쁘지? 갈수록 야위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누구냐고? 하도 오랜만이라 얼굴도 잊었나 보구나. 아무리 바빠도 가을엔 한 번씩 보긴 했는데…. 나야 나 ‘마음의 양식’, 책. 요새는 지하철을 타도, 카페에서도 나보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사람이 많더라. 종이옷 대신 디지털 전자옷(e북)도 입어봤는데 인기를 회복하긴 역부족이었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낸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니 1년에 한 권 이상 책을 읽은 성인 비율(독서율)이 59.9%래. 10명 중 4명은 한 권도 읽지 않은 셈이지.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서도 지난해 근로자 가구 월평균 도서 구입비가 1만5207원에 그쳤어. 2014년엔 1만8000원이었는데, 이제 한물갔다는 얘기로 들려 우울해지더라.

헛헛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누가 날 부르지 뭐야. 미국 뉴욕공공도서관 인스타그램 계정(@nypl)이었어. 8월부터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이용해 전자책 서비스(인스타 노블)를 시작했더군. 젊은 세대에게 핫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고전 소설들을 이미지랑 디지털 콘텐츠로 꾸며 접근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래. 도서관 계정에 방문해서 상단에 있는 아이콘을 누르면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움직이면서 좌우 화면 터치를 통해 책장을 넘길 수 있어.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샬럿 퍼킨스 길먼의 ‘노란 벽지’ 등이 있으니 들어가 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문화 확산 프로젝트 ‘위드북 캠페인’.
올해를 ‘책의 해’로 정한 문체부도 날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 유튜브에 익숙한 시민들이 책과 관련된 즐겁고 신나는 영상을 올려 세대 간 공감을 확산시키는 ‘나도 북튜버(Book+Youtuber)’와 책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위드북(With Book) 캠페인’에는 500편이 넘는 응모작이 몰렸다니 어깨가 으쓱해지더라.

‘시’처럼 모바일 바람을 타고 대중과 더 가까워지는 애들도 있어. 찰나에 읽히고 흘러가는 SNS 콘텐츠랑 잘 어울리는 장르라나. 출판사 창비가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은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이용자 수가 20만 명을 돌파했어. 날씨와 계절에 맞는 시를 푸시하는 ‘오늘의 시’, 외로울 때 술 마실 때 등 상황에 맞는 시를 추천하는 ‘테마별 추천 시’처럼 짧은 분량으로 공감을 얻어내 인기래.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되는 사람들에겐 큐레이션 팟캐스트가 도움이 될 것 같아. 단순히 책의 내용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 대한 이야기, 그가 쓴 책 목록 등을 입체적으로 소개해줘. 나온 지 좀 됐지만 어차피 고전은 유행을 타는 게 아니니까, ‘이동진의 빨간 책방’,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등을 추천할게.

요즘 아이들은 안방 TV로도 나를 만난다고 하네. 인터넷TV(IPTV) 업체들은 아이들을 위한 TV동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어. 단순히 성우가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아니라 아이 사진이 직접 동화 주인공 얼굴이 되거나(SK브로드밴드 살아있는 동화), 아이가 그린 그림이 TV동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증강현실형 동화(LG유플러스 아이들나라 2.0) 등이 입소문을 얻고 있대.

네 안부 물으려 말 걸었는데 내 얘기만 잔뜩 했네. 어렵지만 나도 정보기술(IT)에 적응하려 노력 중이야. 그래도 우리 직접 만나 예전 기분 내보는 건 어떨까? 독서의 계절, 다시 너를 채워주고 싶다.”


PS.
이 기사는 책을 의인화해 마음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했습니다. 정보는 범람하지만 감정은 메마르는 이유가 혹시 ‘마음의 양식’을 멀리해서 아닐까요. 바쁜 현대인에게 안부를 여쭙습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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