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기자의 對話]“소상공인이 살아야 우리도 살지요. 그런데 정부는…”

이진구 기자

입력 2018-07-23 03:00:00 수정 2018-07-23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신정웅 알바노조 비상대책위원장

최저임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어려움의 크기에 비해 정부가 너무 준비 없이 추진한 것은 아닐까. 신정웅 알바노조 비대위원장은 19일 “편의점이나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큰 부분은 높은 임대료와 수수료, 늦어지는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이라며 “정부가 이런 부분에 대한 더 실질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소상공인들이 살고, 소상공인들이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을 놓고 ‘난리’가 났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을 목표로 했던 정부가 지난해 16.4%(7530원), 올해 10.9%(8350원)를 올리자 영세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며 불복종 운동까지 나서기로 한 것. 후폭풍이 거세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 어려워졌음을 사과했고,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회의론까지 일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된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신정웅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비상대책위원장(46)은 “시급 1만 원이란 용어가 처음 나온 것은 2012년 대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고 있다. 》
 
이진구 기자

―‘최저임금 1만 원’이란 개념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2008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등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세계적으로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란 논의가 시작됐고, 그 방법 중 하나로 소득주도 성장이 제기됐다. 그리고 그 예로 맥도날드가 미국에서 대표적인 저임금 일자리인데, 당시 7∼8달러이던 시급을 두 배 정도인 15달러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이 점차 우리나라에도 알려졌는데 당시에는 아직 ‘1만 원’이란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2년 대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 청소노동자 출신 후보가 ‘시급 1만 원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청소노동자 출신 후보가 처음 제시했다고?

“기호 7번 김순자 후보인데, 당시 울산과학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던 분이었다. 이 공약 때문에 당시 ‘알바들의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선거가 끝나고 이분이 선거를 도왔던 사람들과 알바연대를 만들었고, 알바연대를 모태로 지금의 알바노조가 만들어졌다. 이후 알바노조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는데,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홍준표 등 모든 대선 후보가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알바연대는 일종의 시민단체 성격으로 노조는 아니다. 알바노조는 알바연대를 모태로 조합원 자격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2013년 8월 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받은 정식 노조다.


―알바노조의 상급단체는 어디인가.

“우리는 한노총이나 민노총 등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노조다. 알바노조가 만들어진 것이 양대 노총이 우리 같은 최저 시급 저임금 노동자를 대변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바노조의 모태가 된 알바연대가 2013년 2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 18대 대통령직인수위 앞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집회를 열고 있다. 동아일보DB
―최저임금이 시급 1만 원이 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3년도 최저임금이 4860원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미국에서 시급이 두 배는 돼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를 우리나라 상황에 맞추면 1만 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1인 미혼 가구 생계비가 한 달에 200만 원을 조금 넘는데, 이 정도를 벌려면 시급이 1만 원은 돼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나온 것으로 안다. 물론 이것도 2012년, 2013년 때 이야기다.”


―너무 급격하게 올리다 보니 편의점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큰데….

“그런 곳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편의점이나 소상공인 가게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사회 전 직종에 해당되는 것 아닌가. 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근거를 보여줘야 설득력이 있을지 고민하다 인터뷰 하러 오기 전에 알바몬과 알바천국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대부분이 이 두 곳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여기 구인 광고가 곧 우리의 일자리 수다. 오늘(19일) 서울이 약 4만5000건, 경기가 5만 건 정도였는데 이 중 맥도날드 일자리가 2700여 건이었다.” (많은 것인가?) “수도권 전체 아르바이트 일자리 중 맥도날드만 2.7%라면 엄청나게 많은 것 아닌가. 버거킹, 롯데리아도 있고….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직군 중에 햄버거, 커피 등 대기업 중심의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가장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그리고 편의점이 마치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가장 대표적인 직군처럼 됐다.”


―가장 많은 아르바이트 일자리 중 하나가 패스트푸드점이라고 했다. 마침 당신이 맥도날드에서 일하는데,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력 감축이나 근무 형태의 변화는 없나.

“올 4월 서울 신촌점 등 주요 도시 중심가에 있는 일부 매장이 폐점됐다. 수익성 때문인데, 신촌점은 건물주가 올해 임대료를 두 배나 올려 달라고 했다더라. 장사가 잘되는 곳이었지만 임대료를 두 배나 올려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인건비도 영향을 줄 수 있었겠지만 임대료만큼 크진 않았던 것으로 안다.”

※맥도날드 측은 신촌점 폐점에 대해 “신촌점은 장사가 꽤 잘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건물주가 두 배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어떻게 하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건가.

“원래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했다. 잘 안돼서 나왔는데 지금도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 때때로 단기 프로젝트 같은 것도 하고 있고…. 아르바이트는 자리를 찾을 때까지 생활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많은 시간을 하기도 어렵다. 내 경우는 보통 휴식시간을 포함해 밤에 6시간 정도만 일한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노후 걱정도 들고 해서 시간을 늘려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6시간이면 그리 수입이 많을 것 같지는 않은데….) “100만 원이 좀 넘는 정도? 지난해 최저임금이 인상되고는 한 달에 10만 원 정도를 더 받는 것 같다. 그래도 꽤 큰돈이다.”


―비대위원장인데 원래 노조 운동을 좀 했나.

“아니다. 전임 지도부가 지방 출장을 갔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활동을 못하게 됐다. 그래서 다음 지도부를 뽑을 때까지만 맡은 것이다. 지난달에 됐는데 그 사이에 회사와 어떤 협상을 한 것도 아니라 아직은 회사에서도 모를 것 같다.” (위원장 할 생각은 없나?) “하하하. 안 한다. 나도 일을 해야 살 수 있으니까. 대기업 노조처럼 노조 일만 해도 월급이 나오는 전임자도 아니고….”


―주변의 다른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어떤가. 알바노조 안에서도 사람마다 상황이 다를 텐데….

“다 알 수는 없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괜찮아졌다는 쪽이 많은 것 같다. 근로 성격상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기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은데, 같은 시간을 일하면서 소득이 약간 높아진 것이니까.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전부 편의점에서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일하는 매장은?) “번화가는 휴가철이면 사람이 빠져야 하는데 강남역 지역은 오히려 많아지더라. 근처에 학원이 많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우리는 밤 시간에 3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서 항의는 없나.

“그런 건 없고 ‘왜 문 대통령을 비판하느냐’는 항의가 99%다.” (응? 무슨 소리인가?) “최근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포기를 비판하는 시위를 청와대 앞에서 했다. 이걸 놓고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공약을 포기한 적이 없는데, 왜 포기했다고 시위를 하느냐’고 하더라. 청와대 앞 시위는 비난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재고하고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 달라는 뜻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라도 나서서 소상공인들을 살려 달라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알바노조가 왜?) “그들이 살아야 우리 일자리도 사는 것 아닌가. 이 문제를 해결할 곳은 정부밖에 없다.”


―경영계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지금도 사실상 최저임금이 8350원이 아니라 1만30원이라고 하는데….

“항상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일하고 있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분야는 근무 변동이 심하다. 가게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느라 1, 2주를 쉬면 그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다. 받지 않은 사람에게 계속 일해서 받는 것을 전제로 1만 원이 넘는다고 하면 얼마나 피부에 와 닿을까. 지금도 지방도시나 시골 편의점에서는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시급으로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시간당 8350원을 받는 것을 전제로 주휴수당까지 계산하면 맞을까. 나도 개인 사정으로 근무시간이 짧아 주휴수당을 못 받은 적도 있는데….”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상 일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하면 지급되는 유급휴일에 대한 수당. 단시간 아르바이트도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길 바라나.

“우리 같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비용’으로 본다면 당연히 가장 적게 올리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다운 삶을 살길 원하는 ‘인간’으로 본다면 지금의 최저임금도 많이 늦었다고 생각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은 학업이나 취업 준비, 추가 경제 활동 등 미래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낮은 최저임금 때문에 생활이 힘들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리면 미래를 준비할 여력이 줄어든다. 일정 시간만 투자해도 어느 정도의 생활이 된다면, 그 여력을 미래를 준비하는 데 사용할 테고 이것이 사회적으로도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