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 연기 또 연기, SH공사 늦장 행정 ‘서민 분통’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입력 2018-07-23 03:00 수정 2018-07-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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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인력부족 이유로 지난해부터 수차례 연기
물량 지난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폐지되나” 수요자 불안 커져



장기전세주택(시프트) 공급 일정이 지연되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청년과 신혼부부 행복주택에 힘을 실으면서 시프트 공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여서 이를 기다려온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제35차 시프트 입주자 모집공고 게시일이 다음 달로 연기됐다. 당초 지난해 중순 모집 예정이었던 35차 물량이 그해 8월에서 10월로, 12월로 연기됐다. 올해엔 4월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6월로 한차례 지연됐다가 올 7월로 연기, 또다시 일정이 밀려 8월에 공급하게 된 것이다. SH공사 측은 시프트 물량이 줄면서 대여섯 명이던 담당자가 한 명으로 감소한 탓에 일정 소화가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3040세대는 신혼희망타운이나 행복주택 기준에 맞지 않은 데다 50대보다는 가점도 낮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형편인데, 장기전세주택 물량마저 줄어 한숨이 나온다”면서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 모집공고만 기다렸는데 SH공사에서 인력 부족을 핑계로 미루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SH공사는 이번에 고척동 장기전세 11가구 강변SK뷰(구의3구역) 20가구 등 단 31가구만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공급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시프트에서 줄인 물량은 행복주택으로 대체한다. 올해 배정된 서울시 행복주택 물량만 6657가구로 지난해보다 600%나 늘었다. 특히 서울시에서 기존에 시프트로 공급했던 재건축재개발 임대아파트를 행복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하면서 알짜 지역에서 장기전세주택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시프트는 서울 요지에서 20년간 주변 전셋값의 80%선에서 거주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2007년 첫 공급 이후 통상 1년에 두 차례 이상 입주자를 모집해 왔고, 물량 역시 수천 가구로 2010년에는 7000가구를 넘길 만큼 풍부했다. 지난 10년간 공급량만 3만 가구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시프트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공급을 늘릴수록 SH공사 부채도 불어나는 탓에 재정 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임대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을 감안해도 건설형은 한 가구당 2억 원가량의 비용이 투입된다. 매입형도 마찬가지다. SH공사가 제 값에 사고 시세보다 낮게 공급하다 보니 손해를 보는 구조다.

SH공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시프트 물량은 줄어들겠지만 기존에 입주한 수만 세대의 잔여 공가는 지속적으로 재공급할 것”이라면서 “시프트 일부는 국민임대로 전환하고 있고, 이는 SH공사의 수익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35차 장기전세주택은 8월6일 모집공고를 내고 같은 달 14~16일에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전세주택의 소득 기준이 낮은 편이어서 공급 일정이 늦춰지면 기준을 초과해버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계획된 시프트 공급 물량은 무주택 서민들의 수요를 생각해 차질 없이 진행돼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얻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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