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약자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통일이 옵니다”
김갑식 전문기자
입력 2018-06-18 03:00 수정 2018-06-18 03:00
독일 통일의 산증인 크레첼 목사
1940년 동베를린에서 태어난 그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0년 독일 통일의 현장을 지킨 산증인이다. 1961년 장벽이 세워질 당시 신학도였던 그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외국에 있었지만 장벽에 갇힐 동독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귀국했다. 이후 공산주의 정권하에서 28년간 목회를 했고, 동독 붕괴 이후에는 동베를린시의 원탁회의 멤버로 활동했다. 그는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와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교수)이 공동으로 주최한 ‘독일 통일에서의 교회 역할’이란 주제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철책에서 한동안 침묵을 지켰는데….
“한국의 분단 현실도 느껴졌지만 전쟁(2차대전) 때 대피하면서 울던 공포와 같은 어릴 적 기억이 밀려왔다. 남쪽 사람들은 양지(sunny side)에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북쪽 사람들은 어떨게 살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베를린 장벽에 갇혔던 경험 때문일 것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보는 소감은….
“한마디로 기적이다. 지난해 10월 초청받을 당시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격한 말싸움이 오갈 때라 이런 평화 무드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를 지켜봤고, 이후 통독 과정에서는 원탁회의의 중재자로 활동했다. 조언이 있다면….
“남북 사이의 많은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도대체 끝이 언제일까?’ 때로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의 기다림과 인내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북한 내에서 진정한 약자들이 누구인지 리스트를 만들고, 그들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독일 통일을 다룬 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상황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제목은 ‘나의 1989, 1990년’ 정도가 될 것 같다. 동독인들은 처음에는 공산정부의 탱크를 두려워했지만, 장벽 붕괴 이후 그 두려움이 사라졌다. 1990년 동독에서 첫 자유선거가 치러졌는데 서독의 보수 정당이 승리했다. 동독 사람들의 마음에는 서독처럼 부(富)를 갖고 싶다는 열망이 컸던 것이다. 동독 권력자들은 두 개의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랐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달랐다. 부자가 될 수 있고 자유를 줄 수 있는 하나의 정부를 원한 것이다.”
―원탁회의 이후 정치 활동에 대한 제안을 많이 받지 않았나.
“나는 목회자이지 정치가가 아니다. 원탁회의에는 공산주의자와 자유주의 세력뿐 아니라 여러 종교그룹이 참여했다. 독재정권이 무너졌을 때 흔히 발생하는 혼란과 폭력을 막아야 했다. 내가 원탁회의의 중재자로 활동한 것은 ‘비폭력의 기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안과는 오랜 유대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아버지인 호르스트 카스너 목사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 동독을 선택한 신학자여서 깊은 유대가 있었다. 카스너 목사의 부인이 내 영어 선생님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영어가 유창한 것은 어머니 덕분이다. 3주 뒤 총리 어머니의 90세 생일 모임이 있는데 그때 열리는 예배도 주관할 예정이다. 메르켈을 만나면 한국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평화 정착을 위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도다. 나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파주=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찾은 독일 출신의 베르너 크레첼 목사. 뒤편 철책에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소망리본이 보인다. 그는 “세상이 외면하는 약자를 만나고 도운 게 바로 예수의 삶”이라며 “한국 교회도 북한의 진정한 약자를 돕기위해 여러모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1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찾은 독일 베르너 크레첼 목사(78)는 녹슨 기관차와 철책, 촘촘히 달려 있는 소망리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대부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문구가 리본에 쓰여 있다고 말하자 그는 “통독 과정에서 동독 권력자들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두 개의 정부가 유지되기를 바랐지만, 사람들은 하나의 정부를 원했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1940년 동베를린에서 태어난 그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0년 독일 통일의 현장을 지킨 산증인이다. 1961년 장벽이 세워질 당시 신학도였던 그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외국에 있었지만 장벽에 갇힐 동독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귀국했다. 이후 공산주의 정권하에서 28년간 목회를 했고, 동독 붕괴 이후에는 동베를린시의 원탁회의 멤버로 활동했다. 그는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와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교수)이 공동으로 주최한 ‘독일 통일에서의 교회 역할’이란 주제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철책에서 한동안 침묵을 지켰는데….
“한국의 분단 현실도 느껴졌지만 전쟁(2차대전) 때 대피하면서 울던 공포와 같은 어릴 적 기억이 밀려왔다. 남쪽 사람들은 양지(sunny side)에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북쪽 사람들은 어떨게 살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베를린 장벽에 갇혔던 경험 때문일 것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보는 소감은….
“한마디로 기적이다. 지난해 10월 초청받을 당시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격한 말싸움이 오갈 때라 이런 평화 무드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를 지켜봤고, 이후 통독 과정에서는 원탁회의의 중재자로 활동했다. 조언이 있다면….
“남북 사이의 많은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도대체 끝이 언제일까?’ 때로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의 기다림과 인내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북한 내에서 진정한 약자들이 누구인지 리스트를 만들고, 그들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독일 통일을 다룬 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상황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제목은 ‘나의 1989, 1990년’ 정도가 될 것 같다. 동독인들은 처음에는 공산정부의 탱크를 두려워했지만, 장벽 붕괴 이후 그 두려움이 사라졌다. 1990년 동독에서 첫 자유선거가 치러졌는데 서독의 보수 정당이 승리했다. 동독 사람들의 마음에는 서독처럼 부(富)를 갖고 싶다는 열망이 컸던 것이다. 동독 권력자들은 두 개의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랐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달랐다. 부자가 될 수 있고 자유를 줄 수 있는 하나의 정부를 원한 것이다.”
―원탁회의 이후 정치 활동에 대한 제안을 많이 받지 않았나.
“나는 목회자이지 정치가가 아니다. 원탁회의에는 공산주의자와 자유주의 세력뿐 아니라 여러 종교그룹이 참여했다. 독재정권이 무너졌을 때 흔히 발생하는 혼란과 폭력을 막아야 했다. 내가 원탁회의의 중재자로 활동한 것은 ‘비폭력의 기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안과는 오랜 유대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아버지인 호르스트 카스너 목사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 동독을 선택한 신학자여서 깊은 유대가 있었다. 카스너 목사의 부인이 내 영어 선생님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영어가 유창한 것은 어머니 덕분이다. 3주 뒤 총리 어머니의 90세 생일 모임이 있는데 그때 열리는 예배도 주관할 예정이다. 메르켈을 만나면 한국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평화 정착을 위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도다. 나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파주=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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