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1번지’ 은마아파트, 35층으로 재탄생

주애진기자 , 황태호기자

입력 2017-10-27 03:00 수정 2017-10-2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서울시 잇단 퇴짜에 49층 포기… 동의서 제출한 소유주 71% 찬성
14년만에 탄력… 주민 부담 늘듯


그동안 재건축 층수를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었던 은마아파트가 26일 기존 49층 재건축 계획을 접고 서울시의 35층 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동아일보DB
서울 강남의 ‘부촌(富村) 1번지’ ‘재건축 1번지’로 불리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49층 랜드마크’의 꿈을 접고 최고 35층 아파트로 다시 태어난다.

26일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소유주 4803명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은 결과 참여자 3662명의 71%(2601명)가 35층 재건축안에 동의했다. 기존의 49층 재건축안을 철회하고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35층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2003년 추진위가 결성된 후 14년간 지지부진했던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제 은마(銀馬)가 다시 금마(金馬)가 될 길이 열린 것”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그동안 이 아파트 주민들은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해 지역 랜드마크 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3종 일반주거지역에선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건축 사업계획이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150억 원을 들여 국제현상설계공모까지 추진하며 계획을 밀어붙였지만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례적으로 아예 ‘미심의’ 결정을 내렸다. 재건축 추진 동력이 사라질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결국 주민들은 ‘서울시가 수용하지 않을 49층 재건축안을 계속 밀어붙였다간 결국 더 많은 규제와 부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추진위 관계자는 “35층 재건축안을 최대한 빨리 도시계획위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층수가 낮아짐에 따라 주민들이 내야 할 추가부담금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게 됐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현재 14층 4424채 규모. 2000년대 들어 대치동이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부상하면서 은마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치솟아왔다. 2000년 4월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를 위헌이라고 판결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도가 높아진 영향이 컸다. 그 무렵부터 재건축이 추진된 것도 ‘몸값’(아파트 가격)에 날개를 달아줬다.

38년 전 입주 당시 2000만 원대였던 은마아파트의 가격은 2006년 13억 원대로 뛰었다. 이후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가격이 부침을 겪었지만 올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말 15억4000만 원(전용면적 84m² 기준)에 거래됐다.

한편 은마아파트는 하위직 공무원 출신인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을 재벌 반열에 올려놓은 아파트로도 유명하다.

주애진 jaj@donga.com·황태호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